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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수확기 맞아 인력난 겪는 농촌현장>
외국인 계절농 수요 2만명 넘는데
공급은 47개 지자체 3,600명 불과
사설소개소 비공식조달 많지만
산재보험 안되고 인권문제 불거져
외국인 노동력 '보완' 구조로 가야
고령농 위한 '편농' 기계화 시급

  • 오현환 논설위원
  • 2019-09-16 17:42:11
  • 기획·연재
[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에서 온 계절 근로자들이 경북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고추밭에서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지난 8월13일한국에 온 이들 계절 근로자는 11월10일 일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다. /영양=오현환 논설위원

보슬비가 내리던 지난 3일 오전10시 경북 영양군 청기면 정족리 산골마을. 김도년(52)씨의 고추밭에서 젊은 외국인 근로자 4명이 붉게 익은 고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김씨 농장의 고추 재배면적은 3만300㎡(1만평)에 달한다. 고추는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하는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작물이다. 외국인 계절농은 주인이 마련해준 집에 거주하며 주인이 준 쌀·고기·양념 등으로 직접 요리해 먹는다. 이들은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에서 온 농부들이다. 고추 수확기를 맞아 8월13일 영양군에 도착해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이 농가에 배치를 받았다. 이들은 3개월가량 일을 마치고 오는 11월10일 본국으로 출국한다. 주인 김씨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잡일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좋다”며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지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농촌에서 외국인 인력은 2003년 처음 도입된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축산·원예 분야에만 활용됐다. 3년 고용에 고용주가 원하면 체류기간을 1년 10개월 늘려주는 제도다. 축산·원예는 1년 이상의 인력수요가 있어 일찍부터 도입됐다. 총 4년 10개월간 일한 후 귀국했다가 다시 들어와 같은 고용주 아래서 5년이 넘으면 숙련기능인력으로 채용할 수 있다. 4대 보험이 지원된다. 2009년 이후에는 해외동포 우대 정책으로 중국과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재외동포(H-2비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는 드물다. 그 후 농촌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농번기에 농촌에 일손이 달려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2015년에 나온 게 3개월 일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다. 영양군처럼 우리 지자체와 외국의 지자체가 양해각서를 체결해 단기 취업비자(C-4)나 다문화 가정 초청비자로 들여왔다. 대체로 산재보험만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시군별로 대부분 파종기와 수확기에 한 차례씩 두 번 들여온다. 외국인 고용은 농가나 농업법인당 최대 5명으로 제한돼 있다. 비교적 거칠다고 여겨지는 북방 국가보다 동남아 인력을 선호한다. 외국인 계절농은 3개월의 기간 중 최소한 75%의 기간은 일을 시키는 조건으로 쓴다. 보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올해 시급기준 8,350원)에서 숙식비(영양군 월 20만원)를 빼는 수준에서 월급 형태로 지급된다. 비록 최저임금이지만 본국에 비해 5~8배의 벌이가 된다. 3개월 중 1개월 정도는 항공료와 차비, 건강검진비 등으로 쓰고 나머지 일한 것으로 귀국해 1년 먹고살 정도가 된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 같은 외국인 계절농은 2015년 10월~2016년 괴산군 등 6개 지자체에서 219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2017년 20개 지자체 1,463명, 2018년 38개 지자체 2,936명, 올해는 47개 지자체 3,612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문제는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외국인 계절농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양군의 경우 2017년 도입을 시작해 올해 하반기에는 195명을 데려와 88개 농가에 배치했다. 그러나 영양군의 전체 농가 수가 4,700가구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민학회는 최근 농촌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잠재수요가 2만2,575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자체들도 농가의 의견을 반영해 체류기간 연장과 허용인력 확대, 허용품목 확대를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김도년씨는 “장차 농업법인을 만들고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40명가량 데려와 규모의 농업을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도 지자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계부처 협조를 통해 내년부터는 비자발급을 최대 5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가당 최대 고용인원도 5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8세 미만 자녀를 둔 고용주는 1명 더 배치해주고 관리를 잘하는 지자체의 고용주에게도 고용주당 1명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가에는 1~1.5개월의 단기 외국인 인력활용 수요가 넘치지만 의무작업 일수 때문에 못 쓰는 곳이 많다. 단기 외국인 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농업법인을 통해 소속농가에서 공동 활용하거나 지자체가 숙식을 지원하는 일자리센터에 외국인도 체류하도록 해 농가에 알선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만하지만 중앙정부의 규제에 묶여 있다.

농촌에서는 비공식 외국인 인력 조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나 계절농 방식이 아니라 사설 인력소개소가 국내 체류 외국인과 계약을 체결해 알선한다. 계절농이 월급제 개념이라면 사설 인력소개소는 일용직인 셈이다. 영양군의 한 농가는 젊은 말레이시아 부부 외국인을 고용해 일손부족을 해결하고 있었다. 이들은 3개월 관광비자로 들어왔다가 G1비자로 전환해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하면서 농가에서 일했다. 농가에서 매일 일과 후에 1인당 8만원을 소개소에 입금하면 소개소가 숙박비와 교통비로 1만5,000원을 떼고 6만5,000원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역시 최저임금 수준의 일당이 지급되는 셈이다. 외국인 고용비용은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10만원 가까이 오르기도 한다. 외국인 근로자 숙소는 인근 마을 펜션으로 40명가량이 함께 사용한다. 이 같은 비공식 외국인 인력 조달이 외국인 계절농 조달보다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농민들은 최근 2년간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농촌에서도 최저임금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경영이라는 점에서 고전하는 자영업자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올해 농작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 인건비도 제대로 못 건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베트남 하방군에서 온 계절농 근로자들의 숙소. /오현환 논설위원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농장주의 성추행, 산재보험 미가입으로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설 인력소개소의 경우 산재보험은 거의 들지 않았으며 몸이 아파도 의료보험이 안 된다. 엄진영 농업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촌 외국인 인력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헤드쿼터가 되고 고용노동부·법무부가 참여하는 인력배정위원회·인력조정위원회의 역할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에 외국인 인력 공급을 단기적으로 확대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농업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농업에 들어온 인력이 3만여명에 달하며 계절 근로자와 불법체류 근로자를 더하면 어림잡아 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농정당국은 농촌에 외국인 노동력을 어느 정도 쓸 것인지 방향성을 분명히 잡아야 할 시기에 왔다는 것이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농업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력은 보완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오히려 시설농업뿐만 아니라 노지농업도 기계화·스마트화를 집중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 농촌시대를 대비해 농협 주도로 고령농과 부녀농이 안전하고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편농’ 기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인력은행과 인력플랫폼을 확실히 구축해 지역의 유휴인력과 실업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관점] 급속한 고령화에 '청년 가뭄'…'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지을 판'
오도창 영양군수./사진제공=영양군

“영양군 공무원들이 수시로 모니터링…계절근로자 이탈 ‘0’”

[베트남 계절농 도입한 오도창 군수 인터뷰]

산재보험료 12만원 군에서 지원

다문화 가정 통해 의사소통도 도와



“지난 3년 동안 베트남 다낭시 화방군과 협약을 맺고 베트남 계절 근로자를 들여왔지만 한 명도 중간에 이탈한 적이 없었고 인권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었습니다.”

오도창(사진) 영양 군수는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양군이 외국인 인력 도입 면에서 가장 정착이 잘된 케이스”라고 자부했다. 이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가 안 되고 농촌도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시나 인권유린 문제가 없는지 공무원들을 통해 수시로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를 위해 필요한 산업재해보험료 12만원은 군에서 지원하고 의료보험 가입은 지원하지 못하지만 관내 영양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을 쓰는 농가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역시 의사소통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정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명당 1명 정도로 통역사가 배치돼 있으며 전화로 설명해주거나 필요하면 작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소통을 돕는다. 일부 젊은 농민들은 스마트폰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계절 근로자들이 고국의 음식을 그리워할 것 같아 다문화 가족이 가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기도 한다.

오 군수는 또 “베트남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새마을 국제화사업을 통해 해마다 1억5,000만원을 들여 화방군에 농기계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벼 이모작을 하는데 농촌에 기계화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이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방문을 할 때는 과거 한국을 다녀간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기도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는 “당초 베트남에 265명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는데 50명 정도가 못 왔다”며 “베트남도 점차 소득 수준이 높아져 적게 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캄보디아·라오스·필리핀 등 국가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농촌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국내외를 동등대우하면서 인건비가 비싸진 반면 수확한 농산품의 가격은 낮아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을 하소연했다. 농번기에 하루 인건비가 10만원까지 올라가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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