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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서정성으로…중화권 미술시장 노크

서울옥션 내달 5일 홍콩경매

김환기作 등 55점 90억어치 출품

박수근 ‘공기놀이 하는 아이들’ /사진제공=서울옥션




한국적 서정성, 선구자적 실험성이 중화권 미술시장을 두드린다. 오는 10월 5일 홍콩 센트럴의 에이치퀸즈 빌딩 내 SA+에서 열리는 제30회 서울옥션(063170) 홍콩세일에서다. 이번 경매에는 55점이 미술품, 낮은 추정가 총액 약 90억원어치가 출품된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공기놀이하는 아이들’이 시작가 25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고목나무와 여인들, 빨래터, 시장 풍경과 더불어 ‘공기놀이’도 박수근이 즐겨 그리던 소재 중 하나다. 43.3×65㎝로 박수근 작품치고는 비교적 큰 그림으로, 둘러앉은 세 소녀가 주인공이다. 거친 질감으로 단순화해 표현했지만 팔꿈치를 다리에 걸치고 앉은 품새나 천진무구한 표정을 모두 녹여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업적 중 하나는 한국적 서정주의를 서구 모더니즘에 접목해 독자적 예술세계를 정립했다는 점이다. 김환기가 종이에 과슈로 그린 ‘산월’은 추정가 6,000만~9,200만원에 경매에 오른다. 1961년작으로, 반추상으로 그려진 산과 달이 다채로운 색상과 조화를 이룬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거장들의 작품은 안전자산으로 보고 더 몰리는 추세라, 국내 미술경매 최고가 기록 톱5를 독차지한 김환기의 경우 작품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눈여겨 볼 만하다.

김환기 ‘산월’ /사진제공=서울옥션


고영훈 ‘여름달’ /사진제공=서울옥션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이 만져질 듯 생생하게 달항아리를 그린 ‘여름달’은 추정가 4,500만~7,800만원에 나왔다. 도자기에 쌓인 시간과 손길의 흔적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일찍이 1986년에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고영훈은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해외경매에서도 작품이 거래되곤 한다. 추정가는 4,500만~7,800만원(HK$ 300,000 ~ 500,000 / US$ 38,300 ~ 63,800)이다.

1970년대 한국의 실험 미술을 이끈 김구림과 이건용의 작품도 주목을 끈다. 실험 미술그룹 AG(아방가르드 협회)를 주도한 김구림은 한국 최초의 전위적 흑백필름 ‘1/24초의 의미’를 시작으로 한강 둑 잔디를 불로 태우는 대지예술 ‘현상에서 흔적으로’ 등을 선보였다. 1987년에 그린 출품작 ‘나무’는 6,000만~9,200만원에 나왔다.



김구림 ‘나무’ /사진제공=서울옥션


이건용 ‘신체드로잉 8-17’ /사진제공=서울옥션


이건용은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 미술그룹 ST(Space and Time)를 결성했고, AG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왜 화면을 마주보며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화면의 뒤나 옆에서 등에서 그림을 그리는 ‘신체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였다. 퍼포먼스와 회화를 결합한 작품이라 페이스갤러리 등 외국계 화랑들이 일찌감치 꿰찬 작가다. ‘무제’(이하 추정가 3,800만~6,000만원), ‘신체 드로잉 8-17’(2,500만~3,500만원) 등 시중 거래가보다 낮은 수준에 출품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이우환 ‘동풍’ /사진제공=서울옥션


일본으로 건너가 모노하(物派)를 이끌며 세계적 거장이 된 이우환의 작품은 시작가 22억원의 ‘동풍’을 비롯해 7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이우환의 ‘바람’ 시리즈를 두고 미술애호가로 유명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이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오는 23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10월2~5일에는 홍콩에서 프리뷰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사진제공=서울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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