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로 각 지자체들이 수차례 재난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내 시민들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김모(38)씨는 21일부터 이틀에 걸쳐 “태풍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8통이나 받았다. 금정구청·동래구청·수영구청·서구청·진구청·남구청·동구청·행정안전부로부터 모두 같은 내용의 알림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비바람이 몰아쳐 안 그래도 불안한데 경보음이 계속 울려 더 불안하다”며 “지자체들이 긴급재난문자 취지를 알고 매뉴얼대로 보내는 건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자체와 정부부처가 중구난방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 것은 ‘재난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라 각 기초단체가 임의로 발송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이달 11일부터 긴급재난 문자 승인 권한을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로 확대하는 이같은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16개 구 군이 임의대로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개정된 규정은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재난 지역의 이동통신 기지국 내 있는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모두 발송되는 시스템이다. 동래구에서 최초 알림 문자를 받았는데 옆 사상구로 이동하면 또 같은 문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 통신사 기지국 위치에 따라 여러 지자체에서 보낸 문자를 중복해 수신할 수도 있다.
한 지자체 재난안전문자 발송 담당자는 “재난 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민원이 많다”며 “앞으로 태풍 북상 문자는 구청에서 보내지 말 것을 시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