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조직적인 사전 선거운동 등 ‘불법선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66·사진) 농협중앙회 회장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당선무효형을 피했다.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던 김 회장은 혐의 상당수를 무죄로 판단받으며 기사회생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24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공공단체 위탁선거법은 당선인이 법 규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취소한다. 김 회장이 1심에서 벌금 300만원 형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판 결과가 뒤집힌 셈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선거를 앞두고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자”고 약속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실제로 최 전 조합장은 결선투표 직전 ‘김병원을 찍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의원 107명에게 보내고 투표 당일 함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위탁선거법은 농협중앙회장 임직원 선거에서 후보자 이외의 제3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며 선거 당일 선거운동도 금지한다.
2017년 12월 1심은 김 회장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자신의 기고문을 실은 신문을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발송한 혐의, 대의원 105명을 접촉해 지지를 호소한 혐의, 투표소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한 혐의 등 1심에서 유죄로 판정된 혐의 상당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무리 위탁선거법이 후보자가 아닌 사람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후보자가 선거운동 행위 하나하나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기대 가능하지 않고 법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예를 들어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후보자 아닌 자가 대신하는 것은 허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께 기소된 최 전 조합장은 1심 벌금 250만원에서 2심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받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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