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를 위한 최정우(사진) 포스코그룹 회장의 뚝심이 결실을 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 최초로 해외 곡물 수출터미널의 가동을 시작하며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 100대 과제가 본궤도에 올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미콜라이프에서 곡물 수출터미널 준공식을 개최했다. 곡물 수출터미널은 곡물을 비축했다가 수요에 따라 방출하는 공급 조절 역할을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분 75%를 가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은 밀과 옥수수·대두 등 연간 250만톤 규모의 곡물을 출하할 수 있다.
이번 수출터미널 준공으로 포스코는 국가 식량 안보 측면에서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10% 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1%대에 그친다. 기후변화나 작황에 문제가 생기면 수급 불안정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외 곡물 수출터미널 운영은 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의 의미뿐 아니라 ‘국가 곡물조달 시스템 구축’에 한 축을 형성했다는 의미도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취임 이후 100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식량안보 구축’을 위한 식량 사업 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 팜오일 기업 바이오 인티아그린도를 인수하며 식량 사업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농장을 인수한 후 2017년부터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그간 시설 투자로 적자 경영을 이어오다 지난해 말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같은 해에는 미얀마 양곤 슈웨린반 공단에 연산 1.5만톤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미얀마 곡창지대와 양곤 수출항을 이어주는 트완테 수로에 연산 8.6만톤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을 지난 2일 완공해 미얀마에서만 10만톤 규모의 곡물 가공시설을 확보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동남아 시장에서 흑해로 영토를 확장한 것은 이 지역이 세계 식량 유통의 전략 지역이기 때문이다. 흑해를 중심으로 러시아·터키·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아시아는 물론 중동 등 인근 지역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인도네시아 오일팜 등 투자를 확대해 ‘농장-가공-물류 인프라’에 이르는 식량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식량 사업의 물류 인프라를 담당하게 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조기에 곡물 물량을 확보해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의 연계 수요를 개발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곡물 수출터미널은 농산물 저장은 물론 트레이딩 거점 운영 역할도 하는 유통형 인프라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취급량은 2015년 84만톤에서 지난해 437만톤으로 5배가량 늘었다. 올해는 50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는 2023년까지 1,000만톤의 곡물을 취급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준공식에서 김영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식량 사업밸류 체인 확장의 중심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이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사업 협력으로 대한민국 식량 안보 구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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