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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단위 '쳇바퀴 평가' 한계…근시안 中企정책에 재정효과도 뚝

[3년만에 '도루묵' 된 中企지원사업]

단기효과 있는 곳만 예산 집중

단발성 퍼주기식 中企정책에

개발기간 긴 사업은 지원 외면

제대로 된 기업통계·분석도 없어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초점 맞춰야





기존의 1년 단위 정책평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맹점은 성과 측정이 정확하지 못하다 보니 중장기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각 부처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비교 평가는 물론 제대로 된 사후 점검 없이 단발성·퍼주기식 예산 관행이 계속되는 것도 이 같은 한계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먹구구식 평가로 재정 투입 효과 반감=본지가 입수한 ‘2018 중소기업 지원사업 수행기관 성과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자상거래활용수출 사업의 경우 지원 1년 뒤 해당 기업의 평균 수출 증가율은 231.46%에 달했다. 하지만 지원 2년 후가 되면 4.08%, 3년 후에도 5.27%로 한자릿수에 그친다. 반면 중기부의 전자상거래활용 예산(결산 기준)은 지난 2018년 138억원에서 2019년 381억원으로 세 배나 급증했다. 단기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덕분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린 셈이다. 중기부 기술보호역량강화 사업은 정반대의 경우다. 매출 증가율은 지원 1년 후 -0.8%에 그쳤지만 4년 후에는 7.98%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고용률도 -2.51%에서 0.76%로 개선됐다. 하지만 2018년 70억원에 육박하던 사업 예산은 올해 39억여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예산 투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수출 사업의 경우 예산을 늘렸고, 성과 지표를 확인하는 데 통상 3년 이상이 걸리는 기술 지원 사업은 그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산을 삭감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우수 중견·중소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시행 중인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 지원 사업을 보면 예산은 2015년 292억원, 2016년 349억원, 2017년 52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사업 지원을 받은 기업의 평균 매출은 지원 1년 후 -3.54%, 2년 후 -6.81%, 3년 후 -2.9%로 실질적인 예산 투입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될성부른 떡잎 키우기보다 ‘지원 기업 수 늘리기’에 급급=이처럼 중소기업 지원 사업의 중장기 성과와 예산 집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면 1차적으로는 통계 분석 등 시스템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부처별로 산재된 중기 지원 사업의 성과를 4년 단위로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그나마 1년 단위로 정책평가 분석이 보고서 형태로 나온 것도 2015년으로 5년이 채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는 지원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와 이에 기초한 관리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삼화 의원이 “산업부가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지사화 사업은 지원 종료 이후 해당 업체의 수출 실적 파악이 이뤄지고 있는가”라고 묻자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1년 지원한 뒤 성과 관리는 종료 이후 2~3개월 정도 진행하고 있다”고 답해 이 같은 실태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해외지사화 사업의 수출 실적은 지원을 받고 1년 후 0.99%를 기록했지만 2년 후 -1.37%, 3년 후 -1.05%, 4년 후 0.01%로 저조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중소기업 정책이 질적 성과 창출보다 양적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중기부의 2017년 연구개발(R&D) 지원 추이를 보면 평균 기간은 1.1년, 평균 금액은 1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산업부(3.3년·5억3,000만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3년·3억6,000만원)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다. 이런 구조로는 개발 기간이 비교적 긴 하이테크나 바이오 분야의 R&D 사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인천에서 폐수처리업체를 운영 중인 이정호(62) 대표는 올해 초 2억원 규모의 수출 지원 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 대표는 “업력이 20년을 넘었는데 수출 비중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수출에 대한 노하우를 갖추기 위해 지원 사업에 지원했는데, 과연 올 한 해 지원을 받는다고 해 효과가 금방 나타날지는 모르겠다”며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수출을 제대로 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 성실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서류만 화려하게 제출한 ‘먹튀(먹고 튀는)’ 중소기업을 걸러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 업체를 선정할 때 정확하게 기술을 파악하고, 유망한 기업을 선별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판별 기준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우리처럼 오랜 기간 준비한 기업이 아니더라도 서류만 잘 준비하면 정부 지원금을 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인식이 넓게 깔려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순영 한성대 특임교수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정부가 내건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결코 단기간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술 경쟁력, 품질 경쟁력, 시장 확보가 안 된 기업은 적정 생산을 하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해당 시장에서 이미지만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서경펠로)는 “대부분 예산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가 당해 연도에 그치다 보니 지원사업별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 정책 성과는 대부분 1~2년 이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고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5일 예결위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다년간의 지표로 정부사업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편을 요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중기부·산업부·특허청에 기업 지원에 관한 다년간의 성과 지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종곤·심우일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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