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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인문학] 달탐사,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별들과의 대화- 한국형 달탐사를 위하여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연구교수

이스라엘 '베레시트'·印 '비크람'

올 달착륙선 2대 잇달아 실패 속

우리는 궤도선 개발에도 난항

발사 2022년으로 또 미뤄져

美도 15번 실패후 착륙 성공했듯

'한국형 탐사' 매순간 최선 다할뿐

올해 ‘우리’는 달 탐사선 두 대를 잃었다. 지구 전 인류인 ‘우리’ 말이다. 그 첫 번째는 지난 4월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IL이 달에 보낸 착륙선 ‘베레시트(Beresheet)’다.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동안 몇 가지 난관을 만나기는 했지만 달 궤도까지 무난히 진입했다. 착륙 과정 초반에는 달 표면 사진을 찍어 보내며 낙관적인 기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비행기도 착륙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하지 않던가. 착륙지점까지 불과 17㎞를 남겨두고 갑자기 지구와 통신이 끊겼고 이를 복구하는 동안 엔진이 말썽을 일으켰다. 기기 결함 때문에 자동착륙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 됐다. 통신이 재개됐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너무 빨리 하강하던 베레시트는 ‘고도 150m 시속 500㎞’라는 마지막 운항기록을 남긴 채 표면에 충돌했다. 그 흔적은 그로부터 11일 뒤 미국 궤도선 LRO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 정찰위성 LRO의 카메라에 포착된 베레시트 착륙선의 충돌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달 표면./NASA·GSFC·애리조나주립대






베레시트는 히브리어로 ‘창세기’를 뜻한다. 그 이름처럼 베레시트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달 착륙 시대를 열 예정이었다. 1959년 루나 2호로부터 시작해 지난해 창어 4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달 착륙 경험을 차곡차곡 축적해왔다. 그 결과 이제 달 착륙은 정부 주도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손을 빌려 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정부 기관과 함께 학술적인 목적으로 달 착륙선을 보내겠지만 관련 기술이 안정화되면 우주 관광이나 희귀광물 채굴 등 상업적 목적의 탐사선이 수시로 오갈 수도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애드 아스트라’처럼 달 공항 면세점 옆에 앉아 비행에 지친 몸을 달랠 날도 올 것이다. 베레시트의 실패는 그 서막을 조금 지연시켰을 따름이다. 2년 뒤 스페이스IL은 다시 달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고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같은 해 민간기업의 착륙선을 달에 보낼 예정이다. ‘우리’의 한 사람으로서 새 시대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도 좋다. 새로운 시대가 한국형 달 탐사를 앞질러 갈 것 같기는 하지만.

올해 두 번째로 달에 착륙을 시도한 것은 인도에서 찬드라얀 2호 궤도선에 실어 보낸 착륙선 ‘비크람’이었다. 인도는 2008년 찬드라얀 1호 궤도선을 달에 보낸 바 있다. 1호는 10여개월 동안 달의 인공위성이 돼 탐사 연구를 성실히 수행했다. 이번에는 달의 인공위성이 될 궤도선뿐만 아니라 남극 근처에 착륙선을 내려보낸다는 계획이었다. 달 표면에 착륙하면 ‘프라그얀’이라는 로버가 나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다. 7일 비크람을 궤도선에서 달의 남극 근처로 내려보냈는데 이번에도 착륙의 거의 마지막 순간에 통신이 끊기고 말았다. 달 표면까지 2㎞밖에 남지 않은 지점이었다. 얼음이 있을지도 모를 달의 남극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관찰한다는 임무는 다음 착륙선의 몫으로 남았다.

연이은 두 착륙선의 실패를 목격하고 나니 달 착륙 경험을 착실히 쌓아온 ‘우리’에 누구까지 포함되는 건지 궁금해진다. 어떤 나라는 상업용 우주선으로 달에 오가는 시대를 준비하는데 또 다른 나라는 처음으로 달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하니 말이다.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구소련·중국뿐이다. 착륙선 이전 단계인 궤도선 개발에 난항을 겪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다. 우리 정부도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통해 달 착륙선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찬드라얀 1·2호처럼 착륙선 이전에 달 주위를 도는 궤도선부터 성공해야 한다. 한국형 달 궤도선의 개발을 시작한 이래 그 발사 시기는 2017년에서 오는 2020년으로, 최근 2022년으로 계속 연기됐다.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느라 바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마침내 성공에 이를 방향을 찾을 시간이 자꾸 흘러간다.



인류는 지금까지 137종류의 달 탐사를 시도했다. 대개 성공한 탐사만이 주목받지만 미국은 1966년 최초로 서베이어 1호를 달 표면에 연착륙시키기 전까지 무려 열다섯 번이나 실패한 전적이 있다. 같은 해 미국보다 넉 달 먼저 달에 착륙했던 소련의 루나 9호 역시 열여덟 번의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은 결과였다. 인공위성이나 다른 행성을 향한 탐사선은 제외하고 달 탐사선만 센 숫자다. 초반에는 실패가 더 많았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달 주위를 도는 궤도선이 4대나 있고 지구에서 달의 뒷면으로 통신을 주고받기 위한 중계용 위성도 존재한다.

그렇다. 우주 탐사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는 한참 높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주 탐사는 그 기대로부터 조금 멀리 있다. 잘해도 선발주자들의 뒤를 간신히 쫓아가는 격이고 혹여 실패라도 한다면 2단계 착륙선은커녕 1단계 궤도선을 한 번 더 시도하는 것조차 요원할지 모른다.

이스라엘은 달 착륙 실패보다는 우주를 날아 달 궤도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했음을 조명하며 2년 뒤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착륙선은 잃었지만 궤도선은 성공적으로 달 주위를 돌며 최고 해상도의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점을 조명한다. 3년 뒤 한국형 달 탐사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매 순간 각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기술적 시행착오도, 과학적 오류도, 행정상 좌고우면도 모두 겪어낼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넘어지지 않고 걷는 아기는 없다.

심채경 경희대 우주과학과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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