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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따랐던 佛 '우파 거목' 스러지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향년 86세로 별세

파리시장 등 거쳐 12년간 佛 통치

"농민 없는 국가 없다" 농업 강조

이라크 침공 비판 등 美에 저항도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현대정치사에서 우파 진영의 거두로 꼽혀온 자크 시라크(사진_)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정치적 카멜레온’ ‘불도저’ 등의 별명을 얻으며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년 86세.

AFP통신은 유족을 인용해 이날 시라크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사위인 프레데리크 살라바루는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표적 정치 엘리트 양성 대학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최고 명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지난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추진력과 업무능력이 뛰어나 퐁피두 전 대통령이 “내 불도저”라는 애칭으로 불렀다는 얘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불도저는 거침없고 저돌적인 시라크의 성격을 보여주는 별명이 됐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권을 잡기 전 총리·파리시장 등 요직을 거쳤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1977년부터 1995년까지 18년간 파리시장을 역임했다. 오랫동안 파리시장 자리에 있으면서 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대거 도입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대선에 세 차례 도전한 끝에 1995년 대권을 잡았다.

그가 대통령직을 맡은 시기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다. 1995년 당선돼 7년 임기를, 2002년에 재선돼 법 개정에 따라 단축된 5년 임기를 수행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출범한 제5공화국의 대통령 가운데 좌파 거두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다음으로 프랑스를 오래 통치했다. 로이터통신은 “수십년간 파리 정계를 지배해온 정치적 카멜레온”이라고 평가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자임을 자임한 정통 우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1976년 드골주의를 계승한 ‘공화국을 위한 연합(RPR)’ 창당을 주도했다. 이 당은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의 원류이기도 하다. 미테랑 전 대통령이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하고 국유화된 기업들을 일제히 민영화하는 등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농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996년 프랑스농민연맹 50주년 기념식에서 “농민 없는 국가는 없다”며 농업이 프랑스를 지켜주는 기반이라고 역설했다. 농림장관을 지내면서 농업시장을 개방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저항하기도 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였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해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가 2차 대전 당시 나치 점령하에 있던 비시 정권에 의해 유대인 8만명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프랑스가 홀로코스트에 일조했음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며 유럽 통합에 힘썼다. 뉴욕타임스(NYT)는 “시라크 전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유럽 통합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2011년 파리시장 시절 공금횡령 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고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신경계 질환 등 건강악화로 최근 몇년간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개원 중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모든 공개일정을 취소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프랑스를 만든 인물”이라고 회고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고인을 애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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