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미술제가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것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출품작 대부분이 기성작품이 아닌 다대포해수욕장에 특정해 현장에서 직접 제작 및 설치됐다. 실제로 참여 작가 대부분이 작품 구상단계에서부터 다대포해수욕장 현장을 직접 방문해 다대포해수욕장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특성들을 작품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람객이 좀 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가와 작품 수는 줄이되 작품 규모는 대형화하고 수직적 설치 작품 위주에서 친환경적, 친인간적인 수평적 설치 작품으로 구성했다. 무엇보다 모래, 바람, 파도 등 자연환경들이 작품의 일부로 녹아들어 전시기간 내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색적이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서구 미술권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눈으로 생태환경 문제와 예술의 기능에 대해 재조명한 것도 돋보인다.
전시 주제는 연인과의 이별에서 비롯된 상실감을 표현한 돈 깁슨의 노래 ‘상심의 바다’(Sea of Heartbreak)에서 착안한 것으로 바다를 자연환경, 생태, 삶의 터전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진 공간으로 보고 환경오염을 비롯한 동시대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쟁점들을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고자 시도했다. 전시는 ‘상처의 바다’ ‘변화의 바다’ ‘재생의 바다’ 3개의 섹션으로 이뤄지며 12개국 35명의 작가가 제작한 21개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이 눈여겨볼 만한 작품 중 하나로 50여 개의 군상으로 이뤄진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는가’는 다대포해수욕장의 해변 정중앙에 위치해 이목을 이끄는 동시에 달의 인력이 만드는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췄다가를 반복한다. 1,500여 개의 대나무 기둥으로 구성된 알프레도 & 이자벨 아퀼리잔의 작품 ‘바람의 이야기, 바다의 서사’는 바람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극대화해 자연이 가진 에너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상처 입은 자연의 절규를 고스란히 내보일 예정이다.
마니쉬 랄 쉬레스다의 ‘수직 물결’은 시민과 단체가 기부한 옷 1,500여 벌로 만들어진 108m의 설치 작품을 다대포 해변공원에 선보인다. 또 이창진 작가의 ‘수통’은 형형색색의 페트병 6,000여 병으로 구성됐으며 임협 프로젝트의 ‘임협 프로젝트 #1’ 칠성사이다 박스 2,000여 개를 쌓아 올린 작품이다.
특히 콜렉티브 그룹인 홍콩의 아트 투게더(Art Together), 대만의 타이둥 다운아티스트빌리지&토코 스튜디오(Taitung Dawn Artist Village& Toko Studio), 태국의 텐터클(Tentacles)은 각 그룹이 직접 제작·설치한 파빌리온 형태의 작품 속에서 관람객 참여형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참여자들이 작품의 일부가 돼 전시를 완성해 나감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보다 확대된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 프로그램은 전시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사전신청으로 운영되며 세부사항은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2019 바다미술제를 찾는 시민들이 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받은 상처들이 자연과 인간 친화적인 예술작품들을 통해 치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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