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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오기업 투자에 대한 성찰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경제학

한국 신약투자 모델 부적합

중단돼야 할 연구 계속되고

존속 가치 없는 기업은 생존

신약후보 선별 시스템 시급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




코오롱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성분 바꿔치기로 5월 허가 취소되고, 8월에는 신라젠의 핵심품목 ‘펙사벡’이 임상실험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는 헬릭스미스가 임상실험 3상에 문제가 생겨 다시 하겠다고 발표했다. 잇단 악재에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임상 실패는 항상 있는 일이지만 지금 누구나 던지고 있는 질문은 국내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지금처럼 유지될 것인가, 그리고 투자받은 비상장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바이오에 투자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심각한 질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이오 기업은 주로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보자. 첫째, 한국은 신약산업 성장에 필요한 과학기술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그동안 화학과 생명과학 등 분야의 박사들이 많이 배출돼 기초연구 기반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약을 만들 수 있는 이전(translational) 연구의 역량은 미지수다. 이전 연구는 의료에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지는 과학 연구를 말하며 흔히 중개 연구라고 한다. 한국에는 신약후보를 발굴해 단계별 임상을 거쳐 시장에 성공시킨 사람도 기업도 없다. 신약후보를 단계마다 검증하고 선별해 기술 면에서나 시장 면에서나 성공확률이 높은 것만 택하고 낮은 것은 버려야 하는데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방식에 문제는 없는가. 한국의 신약투자 시장은 근본적으로 신약투자에 맞지 않는 투자모델을 쓰고 있다. 창업투자회사들은 주로 모태펀드 등 정부 자금을 배분받아 민간투자를 일부 더해 바이오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벤처투자가 성공하려면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려 회사 가치가 오른 상태에서 다른 기업에 팔리거나(M&A), 주식거래소에 상장(IPO)돼 수익이 붙어 투자가 회수돼야 한다. 물론 실패하면 투자를 거의 건지지 못한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성공 확률보다는 실패 확률이 훨씬 크다. 그런데 신약 분야에서는 제품이 나오기까지 십 년 이상의 임상실험을 거치므로 일반적인 벤처투자 모델이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대개 연구가 어느 단계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개발 중인 신약후보에 대한 권리의 일부 또는 전부를 글로벌 제약사에 판다. 성공 확률이 낮은 경우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사주지 않아 더 이상 자본이 조달되지 않으므로 연구를 중단한다.



한국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개발 중인 신약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거래소 상장을 추진한다. 임상실험에 들어간 것을 성공으로 포장해 대박을 꿈꾸는 일반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신약투자 모델이 확립돼 있는 나라에서는 중단했을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창업투자회사 등 초기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를 회수한다.

이래저래 투자는 받아놓았는데 원래 추진하던 신약후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외국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던 신약후보들을 사들여와(licensing-in) 회사의 존속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이는 원래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하고 재원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박을 기대하고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바이오투자 시장의 구조다. 중단돼야 할 연구가 중단되지 않고, 존속가치가 없는 기업이 존속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엄청난 재원이 낭비돼 성공 확률이 높은 연구에 투자돼야 할 재원이 부족하다. 글로벌 전문인력을 활용해 신약후보를 단계별로 선별해가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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