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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위기' 트럼프 선택폭 좁아져…평화프로세스 급랭 우려[다층위기 심화-北 SLBM 도발]

■北 SLBM 북극성-3형 발사

北 "협상 판 깰 수 있다" 최후통첩…제재완화 등 노림수

美에 한국 F-35A 등 문제삼을땐 '한반도 안보' 먹구름

美 국무부, 北도발에도 "계속 협상" 촉구...강경대응자제

김명길 北대사 3일 베이징에서 스톡홀름 향발 보도

김정은(오른쪽 두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현장사진을 공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방문한 조선소의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북한이 실무협상 날짜를 공개한 지 하루 만인 2일 대미 억지력의 상징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북미대화를 통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흔들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북한과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북한의 초강수는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α’를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새 계산법’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등을 중심으로 하는 단계적 비핵화라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의 위력적인 도발에도 미 국무부는 강경 대응을 자제하며 협상 기조를 이어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로마에서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는데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판론을 조기에 차단하는 한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돌이켜볼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선에서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할 것이 유력하다.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을 빌미로 미국에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과 한국군의 F-35A 스텔스전투기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할 경우 한국의 안보위기론도 한층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지난 9·19 남북군사합의를 충실히 따르면서 한미훈련이 축소되는 등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약해진 것과 반대로 북한은 SLBM 등 비대칭 전략무기를 고도화하면서 안보 불안감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2016년 4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장면./연합뉴스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손꼽히는 만큼 협상의 판을 깰 수 있다는 최후통첩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흔들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해법과 체제 보장, 제재 해제 등 미국으로부터 최대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SLBM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 경계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SLBM은 분명히 ICBM급 전략무기다. 사거리와 상관없이 SLBM은 2차 공격능력을 가지고 미 본토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에 최대치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SLBM은 세계에서 오직 6개국만 보유한 비대칭 전략무기인 만큼 북한의 도발은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라며 “탄핵 정국으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에는 핵실험 빼고 SLBM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2016년 SLBM 시험발사 때 사용한 2,000톤급 신포급 잠수함보다 항속거리가 긴 3,000톤급 잠수함을 최근 건조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미국이 받을 충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잠수함의 선체가 커졌다는 것은 잠항을 통해 미 본토 서해안까지 침입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번에 발사된 SLBM이 사거리 2,500여㎞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인 북극성-3형으로 추정되면서 그간 단거리미사일이라는 이유로 북한의 도발을 애써 외면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히스패닉 헤리티지 먼스’ 행사에 참석해 상념에 잠겨 있다./EPA=연합뉴스


북한의 도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수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 정국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란과 베네수엘라 외교 실패에 이어 내년 재선을 위한 성과로 과시해온 대북협상마저 수포로 돌아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감내해야 할 정치적 부담도 크다.

한편 북미가 5일 열리는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 함구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대표의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이름이 같은 인물이 3일 오후 1시 50분 베이징을 출발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항공편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스톡홀름은 지난 1월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건 대표의 회담 장소이기도 하고 북한 대사관이 위치해 일찌감치 실무협상 장소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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