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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사회는 진보하는데...정치만 왜 그대로인가

■독선과 아집의 역사(바바라 터크먼 지음, 자작나무 펴냄)

트로이 목마부터 베트남전까지

지나친 권력욕 빠져 자멸 초래

국가 지도자의 오만함 꼬집어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미즈시마 지로 지음, 연암서가 펴냄)

기존정당 비판·대중요구 부응

트럼프 등 독선적 지도자 만드는

'내부의 적' 포퓰리즘 파헤쳐





역사적으로 정치 지도자의 독선이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책은 국가를 파국으로 이끌며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왔다. 이들 지도자들의 실패는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과거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도 지도자의 독선과 아집은 반복돼왔다. 지금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표만 의식해 퍼주기식 복지, 대기업과 부자 때리기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능한 지도자라면 대다수 국민의 뜻을 받들면서도 포퓰리즘이라는 민주주의 과잉에 빠지지 않고 독자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놓고 국론이 쪼개진 가운데 때마침 지도자의 독선과 포퓰리즘을 다룬 책들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다른 모든 과학은 진보하는데 정치만은 옛날 그대로다. 지금도 3,000~4,000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정치에 대해 이렇게 폭평했다. 애덤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정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의 흑역사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군사 쿠데타’ ‘뇌물수수’ ‘국정농단’ 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대통령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책 ‘독선과 아집의 역사’는 지나친 권력욕을 불태우다 스스로 무덤을 판 통치 사례를 다루고 있다. 권력에 눈이 먼 통치자들이 한 나라를 어떻게 망하게 했는가를 보여준다. 국가의 정치적 오류는 통치자들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통치자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로 연결되고 국민의 삶과 운명까지 좌우한다. 저자는 수천 년 간 이어진 통치자들의 실패를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표현한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여망에 반해 스스로 자멸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통치자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을 꼬집고 있다.

역사적으로 통치자들의 잘못된 선택이 국가를 파멸로 이끌었던 사례는 수없이 등장한다. 먼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정치 지도자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트로이는 전쟁 막바지 그리스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전리품으로 판단하고 성 안으로 들여 놓았다. 그리스군의 위장전술이었지만 승리의 기쁨에 취해 숱한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트로이는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군에 의해 성이 함락되면서 전쟁에서 패배했다. 정치 지도자의 오판이 트로이의 멸망을 자초한 셈이다.

‘바보들의 행진’은 이후 수세기 동안 반복돼왔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이 불필요한 전쟁임을 인지하고도 미국 대통령과 정책 결정자들의 독선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무려 15년간이나 전쟁을 끌어왔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도 처음으로 패배한 전쟁으로 기록됐다. 책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스스로 만든 도그마의 덫에 빠진 미국’이라고 표현했다.



이외에도 저자는 ‘중국 장제스는 숱한 경고와 개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까?’ ‘석유수입국들은 수출국에 공동으로 대항하지 않고 각자 다툼을 벌이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기업들이 토지, 물,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발전에 매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대판 정치 지도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은 35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의 독선과 아집의 역사는 저자가 처음 책을 낸 1984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애덤스 대통령 말대로 정치의 변화를 지켜보기 위해서는 또다시 3,000~4,000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1만8,000원.



이 시대 국가와 국민을 위협하는 존재는 몇몇 정치 지도자뿐만이 아니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출현은 민주주의 역사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포퓰리즘은 양면의 칼날과도 같다. 국민주권과 다수결 원칙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대의제도로 선출된 기성 정당을 비판하고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다소 급진적인 정치 지도자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면도 갖고 있다. 때문에 정치 지도자의 독선과 아집을 부추기는 요소로도 작용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책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는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복잡한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생’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이슬람 등 배외주의의 확산’ 등 세계에서 포퓰리즘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도 보이지만 중남미에서는 엘리트 지배로부터 국민을 해방하는 원동력이 되고, 유럽에서는 기성정당에 개혁을 촉구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포퓰리즘을 ‘내부의 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에 진입한 지금 포퓰리즘을 통해 혼돈에 빠진 민주주의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좋겠다. 1만6,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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