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주범인 한국에 산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갈 세대는 청소년이잖아요.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거리로 나오게 됐습니다. (용인외대부고 1학년 김도현 군)”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각국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 책임을 물었다. 툰베리의 나이는 16세. 지난해 8월 1인 시위를 시작할 당시 툰베리는 독특한 소녀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전 세계는 그를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는 홈페이지에 툰베리의 연설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사회적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 27일 환경운동단체인 청소년기후행동 주관 하에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기후위기를 위한 결석 시위’가 열렸다. 지난 3월, 5월에 이어 국내에선 세 번째로 열린 결석시위였다. 결석시위는 툰베리가 지난해 시작한 1인시위에서 비롯한 것으로 현재 미국, 방글라데시, 호주에 이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500여 명의 시민과 청소년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실망했다”며 청와대로 향했다. 이들은 ‘정부 기후위기 대응 점수 빵점!’이라 적힌 현수막을 들고 정부 환경정책의 안일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한국이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후위기비상행동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실행하기로 한 계획은 (전 세계 감축량의) 18.5%에 불과하다.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며 이번 시위를 주도한 김도현 양은 시위와 관련해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애들이 뭘 위해서 학교까지 빠지지?’ 라는 관심을 끄는 것이 시위의 목표였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며 “기후변화 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현재 국회와 정부는 이를 모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청와대에 △2020년까지 지어지는 국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100% 전환 △정부 차원의 기후위기 선언 △청소년기후행동과의 공식 미팅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제출했다. 그는 “청소년기후행동은 11월 말~12월 초에 또 다른 대규모 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며 아직 형태나 종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단체를 지원해 주시는 변호인단과 조율한 후 기후소송을 제기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 370여 개 시민단체가 소속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는 지난 8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된 선거제 개혁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단체는 어린이청소년인권법과 학생인권법 제정에 관하여 법률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 교육부 등과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단체 소속 활동가인 미지(가명) 씨는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정치적 행위로 불리며 ‘어른들의 영역’으로 불린다”며 “청소년은 미래가 아닌 현재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부가 올 초부터 학생들의 두발, 복장 등을 규제하는 근거로 악용해온 초·중등교육법 일부 항목 삭제를 추진하겠다는 등의 정책를 발표하는 데 연대 측의 요구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반대하는 어른들에 대해 이들은 “사회 참여는 국민이라면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누구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주장한다. 김도현 양은 “저희 단체에 ‘배후’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시위 기획과 준비는 모두 청소년들의 손끝에서 이뤄지는데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에 너무나 쉽게 부딪히는 게 속상하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들은 진실을 말하고 자기 신념을 행동으로 옮길 뿐”이라며 “청소년들의 사회적 행동이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되거나 ‘기특한 아이들’처럼 평면적인 이미지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미지 씨도 “박근혜 탄핵 정국을 겪으며 수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 집회에 참여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다”면서도 “그러나 정작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청소년들은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참정권을 요구하는 사회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고 연대는 이러한 사회적 목소리를 법제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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