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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임기 초반엔 前정권 과잉수사… 후반엔 차기 권력 줄대기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이 핵심이다-상]

■여전한 정치검찰의 민낯

MB 뇌물사건·박근혜 정부 적폐청산에 인력 총동원 압박

盧 前대통령은 '망신주기'…정권 바뀔 때마다 논란 휩싸여

"국민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 지키고 권한 남용 말아야"





“특수부를 총력 투입하는 대규모 수사는 청와대의 의중 없이 검찰이 결코 자신 있게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사법농단 수사의 경우 직권남용은 뇌물 등보다 혐의가 작은데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강도 높은 전방위 수사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고위 법관 출신의 A변호사)

현 정부가 중간반환점에 가까워졌음에도 검찰의 ‘적폐수사’가 멈출 줄 모르면서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과거 문제에 대한 수사가 길어지자 법조계 등 일각에서는 “검찰은 역시 정권의 수족이자 시녀”라는 조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명권자의 의중에 따라 반대세력을 ‘과잉수사’로 숙청하고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봐주기 수사’로 일관해온 검찰의 관행을 지금이라도 제도적으로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여전히 이전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연금을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권력의 흥정 대상으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승계 현안을 입증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건이다.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이 인지하고 수사하기보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를 앞세운 이른바 ‘적폐수사’는 단 한시도 쉬지 않고 지금껏 달려왔다. 윤석열 검찰총장 등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 소속 검사들이 대거 서울중앙지검 요직을 꿰차고 전 정부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이 2017년 하나둘 재판에 넘겨지자 그해 말부터는 불현듯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됐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잇따른 피의사실 공표와 수사 편의를 위한 주변 인물 인신구속 등은 법조계도 과거 행태를 답습한 사례로 입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께 이 전 대통령 수사가 마무리되자 이번에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시절을 관통하는 전직 사법부 핵심 요인들이 수사 대상에 떠올랐다. 이른바 ‘사법농단’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된 것을 비롯해 다수의 대법관, 엘리트 판사들이 ‘적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초 사법농단 수사가 일단락되자 검찰의 칼끝은 마치 정해진 수순처럼 기업을 향했다. 특히 국정농단 핵심 혐의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는 삼성바이오 수사가 그 중심에 섰다. 법조계 곳곳에서는 이 수사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 부회장의 재구속을 겨냥한 수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반해 현 정권과 연관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지검장·차장검사·부장검사는 지난 7월과 8월 모두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법조계에서는 군부 독재 시절은 물론 민주화 이후에도 검찰의 정치 중립성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명권을 갖고 그 총장과 법무부 장관 등이 주요 인사들의 인사권을 쥐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권에 충성하는 인사들로 매번 검찰 요직을 채우게 된 탓이라는 평가다. 검찰이 정치권력 압박에 휘둘리면서 청와대의 하명을 받는 권력의 시녀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정권 초기에는 현 정권에 과잉수사와 봐주기 수사로 충성하고 후반기부터는 차기 실세에 줄을 대는 관행을 대표적으로 웅변하는 사례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당시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다.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대통합민주신당 측의 각종 의혹 제기에도 “이 후보자는 BBK와 다스 모두 실소유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러나 정권이 넘어간 뒤인 2018년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가 맞다”고 입장을 바꿨고 당시 수사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이끈 2009년 검찰 수사는 당시 정권을 새롭게 잡은 보수세력의 ‘보복수사’ ‘망신주기 수사’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뇌물로 받은 1억원어치의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 보도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금까지도 공방거리가 되고 있다.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한 수사 역시 왜곡·은폐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례다.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십상시 논란’ 또한 검찰이 적극 대응했다면 2년 뒤 국가를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사안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검찰은 엉뚱하게도 ‘비선실세’ 논란을 파헤치기보다는 문서를 유출한 사람을 색출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법조 전문가들은 검찰이 스스로 과거 잘못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한 뒤 이제는 정권에서 온전히 독립해 중립성을 갖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검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검찰청법 제4조 2항 본연의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진단이다.

유원규 광장 대표변호사는 “지금 검찰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데 미리 결과를 정해놓고 이에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검찰 수사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하고 중간에 혐의가 없으면 기소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경환·이지성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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