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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중요하지만 소중하진 않은 사람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소중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어느 샌가 소중했던 당신이 중요한 당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금씩 덜 소중해지면서 아주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중요한 사람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는 의욕이 있는 한, 버려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각자의 믿음만이 고개를 내민다. 우리는 중요한 것들의 하중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약속과 소중한 약속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중요한 약속에 몸을 기울이고 만다. (김소연, ‘마음사전’, 2008년 마음산책 펴냄)





단어가 어려워 글이 이해되지 않을 때 사전을 찾는다. 마음이 어려워 세상이 난해하게 느껴질 때는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을 읽는다. ‘중요한 일’이 너무 많아 겨를이 없다고 금붕어처럼 뻐끔대던 어느 날 책장 안쪽에서 오랜만에 ‘마음사전’을 꺼냈다. 김 시인은 ‘중요하다’와 ‘소중하다’의 차이를 이처럼 풀이해 놓았다. 중요한 일에 몰두하면서 나는 중요한 사람이 돼간다. 그와 동시에 소중한 것들을 잊으면서 나는 덜 소중한 사람이 돼간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나쁘고 소중한 것만이 고귀한 건 아닐 테다. 중요한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지켜낼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일들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무겁고 지대한 것을 요구해, 지금 당장 너의 백퍼센트 아니 백이십퍼센트를 내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품이 넓어 보인다. 나를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내가 달리다 문득 멈춰 뒤돌아봤을 때 그 자리에 고스란히 있어줄 것만 같다. 착각이다. 우리가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밀쳐 둔 소중한 것들은 어느 날 냅다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것이다. 인생의 보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했던 내가 중요한 나로 변해가고 있다./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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