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부장판사는 9일 새벽2시20분께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기각 사유로 배임수재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주요 범죄(배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조씨는 웅동학원 교사 채용 지원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와 웅동학원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 위장소송 혐의(배임)를 받았다. 기각 사유를 고려하면 검찰이 위장소송과 관련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와 논리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직후 입장문을 내어 “혐의의 중대성, 핵심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종범 2명이 이미 금품수수만으로 모두 구속된 점,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추어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특히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의 세 갈래인 사모펀드·입시비리·웅동학원 중 하나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웅동학원 위장소송은 재단 이사를 역임한 조 장관과 정 교수에게까지 미치는 혐의이기에 검찰로서는 전체적인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날 노무현재단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이 정 교수가 사모펀드의 사기 피해자라는 취지로 발언한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김 차장은 “사모펀드 문제가 터졌을 때 바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씨가 도망을 갔는데 이것은 100% 돈 맡긴 사람의 돈을 날려 먹었을 때”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구속기소된 조범동씨가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운영하며 벌인 범죄에 정 교수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데, 김 차장은 정 교수가 관련 혐의의 공모자라기보다는 피해자라고 설명한 것이다.
김 차장은 정 교수가 자신에게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김 차장은 “(정 교수가 증거를) 없애라고 했으면 이미 다 제가 없앴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차장은 조 장관이 방배동 자택의 PC 하드디스크 교체를 방조한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김 차장은 “제가 (조 장관을) 총 3~4번 만났는데, 항상 고맙다고 했다”며 “그렇게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되니까 ‘PC 교체해줘서 고맙다’라고 기사가 그렇게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 기각과 맞물리며 여권은 검찰 때리기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조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이 너무 보여주기식 구속영장 청구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김 차장을 전날 불러 심야 조사를 했다며 ‘보복성 조사’ 의혹도 제기했다. 전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김영재 수석연구위원도 ‘제2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제안하면서 법원과 검찰을 동시에 압박했다.
이에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카드로 이 같은 난항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정 교수에 대한 세 번째 소환조사를 마친 검찰은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전날 김 차장을 소환해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정 교수에게 노트북을 전달했는지 재차 확인하고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검증했다. 김 차장은 정 교수가 차량 뒷좌석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와 달라고 해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CCTV 내용을 부인해 이 같은 검증이 필요했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검찰은 노트북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김 차장과 그의 변호인의 동의하에 정 교수의 노트북 전달과 관련한 CCTV 검증 절차를 진행했다며 “특정인이 진행하는 방송 방영과는 무관했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김 차장의 인터뷰 방송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자기방어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 특정한 시각에서 편집 후 방송돼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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