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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정경심의 '2시간 40분'과 피의자 신문조서

조국 부인 12시간 조서열람에

檢피신조서 문제 다시 나오나

現조정안 "경찰 수준으로 제한"

검찰권 핵심인데…논의 '뒷전'

약 15시간 중 2시간 40분. 지난 5일 검찰에 두번째로 출석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실제로 조사를 받은 데 할애한 시간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1차 소환 때 날인하지 않은 조서를 열람했고, 오후 7시부터 자정께까지는 2차 조사에서 작성된 조서를 열람한 뒤 서명했다. 조사는 하루 종일 진행됐으나, 이중 12시간 가량을 조서 열람에 할애한 셈이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황제소환’ 논란에 이어 ‘황제조사’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피의자로 불려갔다지만 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하고 휴식을 취하며 사실상 조서 검토에만 시간을 다 허비했다”는 게 세간의 인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누구나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수사기관에 불려가 수사관 앞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연합뉴스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는 우리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권의 근원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한국에서 형사사건의 피의자가 되면 대부분의 경우 경찰에서 먼저 수사를 받고, 기소 또는 불기소 ‘의견’을 건네받은 검찰에서 다시 한번 수사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담은 조서와 검찰 조사 내용이 담긴 총 두 개의 조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둘의 증거능력은 상이하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과 달리 검찰 피신조서는 재판에서 피고인이 부정해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법적으로 훨씬 강력한 신뢰도가 부여된 것이다. 한번 날인하면 그만큼 돌이키기 힘들다는 뜻도 있다.

검찰의 조서가 유죄 심증을 가지고 쓰여지고, 질문과 대답이 검찰의 방향과 부합하는 방향에서 이뤄졌을 때 피의자가 이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최근 10년간의 대검찰청 통계만 살펴봐도 선고인원 대비 1심 무죄율은 평균 1%가 넘지 않고, 2심 무죄율은 1% 초반에 불과하다. 결백의 여부를 떠나 일단 기소되면 검찰을 상대로 완전무죄를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피신조서가 공판중심주의를 저해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검찰조사에서 인권·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시책이 시행됐다지만 피의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상황은 여전하다. 한 변호사는 “조사 중에 피의자의 불분명한 발언에 대해 보충해 얘기를 하게 되면 검찰 같은 경우에 바로 제지가 들어온다”며 “법조인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피의자 진술의 진의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폭언을 한다거나 대놓고 위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지만 위축된 피의자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으로 진술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판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판사들 사이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자신이 법률 전문가인 법관들조차 스스로 날인한 조서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은 검찰의 피신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유 전 연구관은 “검사실에서 문답한 내용은 법정과 달리 녹음되지도 않고 묻고 답한 게 전부 기재된 게 아니라는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는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역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조하며 “검찰 증거의 증거법적인 위치를 달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조서 재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도 “비용 문제가 없거나 신속한 재판에 저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당정은 지난달 18일 협의회에서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으나 회의가 끝난 뒤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 피신조서 증거능력에 대한 언급은 최근 검찰개혁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법무부나 대검찰청 어느 쪽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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