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들의 호소를 감안해 주 52시간 제도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처벌 유예’ 대신 법 개정을 통해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미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국회와 정부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도 기간을 부여해 처벌을 유예하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한 만큼 시행 연기를 통해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17일 관계부처와 재계 등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 달 초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제도 시행과 관련한 재계 입장을 국회·정부에 공식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근로자 50~299인 사업장은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들이 준비 부족과 경영난 악화 등을 이유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정부는 보완책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6개월 안팎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특별연장근로 범위를 확대해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현재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이 범위를 ‘경영상의 위기’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법 개정 없이 행정지침을 통해 시행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6개월 동안 계도 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단체들이 정부와 국회에 법 개정을 통한 시행 연기를 요청하기로 한 것은 처벌 유예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처벌 유예는 해당 기간 동안 정부가 먼저 단속에 나서지 않는 것일 뿐이어서 직원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하면 조사와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계도 기간으로 고려하는 6개월 역시 여력이 안 되는 사업장들로서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부가 최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39%의 회사가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8월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도입 시기를 1년 이상 늦추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여야 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단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3→6개월)와 선택근로제 확대(1→3~6개월) 등의 내용도 건의서에 담을 예정이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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