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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BTS '미술사랑' 불타오르네

■미술 애호가서 컬렉터로

RM '이우환 사랑' 유명…틈나면 미술관

윤형근·김종학·티보 에렘 등 작품 소장

뷔, 키아프서 김대성 청동작품 2점 구입

제이홉 팝아티스트와 솔로앨범 커버 협업

한국미술에 대한 애정 뽐내며 팬도 관심

보는데 그치지 않고 500만원대 작품 수집

"미술시장 저변확대에 선한 영향력 줄것"

BTS의 RM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광장:미술과 사회’에 전시 중인 이응노의 ‘대나무’ 옆에서 촬영한 사진을 22일 트위터에 게시했다. /사진출처=BTS트위터




지난 22일 방탄소년단(BTS)의 트위터에 ‘또’ 미술관에 간 랩몬스터(본명 김남준·이하 RM)의 사진이 게시됐다. “무탈하신가요”라는 인사말과 함께 RM이 소개한 작품은 한국화가 고암 이응노(1904~1989)의 1971년작 ‘대나무’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을 맞아 기획한 ‘광장:미술과 사회 1900~2019’의 1부 전시에 출품된 작품으로 덕수궁관 1층에 걸려 있다. RM은 이날 오전 10시 미술관이 개관하자마자 입장해 2시간 가량 꼼꼼하게 작품을 돌아본 것으로 전해졌다. RM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로비에 걸린 이응노의 대표작 ‘군상’을 가리키며 ‘대나무’와 같은 작가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이응노는 젊은 시절 묵죽(墨竹)화로 유명했지만 일본 유학과 프랑스에서의 활동 이후 추상 쪽으로 그림이 바뀌었다. 작품 경향이 확연히 다른 ‘군상’을 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RM의 미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응노의 ‘대나무’ 등 근대 거장들이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층 전시장 전경.


한때 배우·가수 등 대중문화계 스타들이 화가를 겸하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가 유행처럼 번졌다. 가수 조영남을 필두로 심은하·김혜수·하정우·구혜선 등이 화가로 활동하며 전시로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품 애호가이자 컬렉터로서의 스타들의 활동이 미술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중심에 BTS가 있다.

RM은 제주도 본태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공유했다. /사진출처=BTS트위터


특히 리더인 RM의 ‘미술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 6월 부산시립미술관에 마련된 ‘이우환 공간’을 다녀간 그가 손수 방명록에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라고 적은 후 이 미술관 관람객은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환은 한국과 일본·프랑스를 오가며 활약하는 세계적 작가임에도 그의 작품, 특히 ‘바람’ 시리즈에는 ‘BTS의 RM이 좋아하는’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윤형근과 김환기 역시 BTS가 애호하는 미술가다. RM은 지난달 3일 BTS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포르투니미술관에서 한창인 윤형근 전시 관람 사진을 공개해 그의 작품 사진을 팬들과 공유했다. 이달 초에는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산을 방문해 김환기의 전면 점화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RM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니미술관까지 찾아가 윤형근의 작품을 감상했다. /사진출처=BTS트위터


RM은 유영국·이대원·김종학 등 화려한 색채를 구사하는 근현대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두고 있다. 유영국의 미술관 전시 도록을 확보해 ‘공부하듯’ 살펴보는가 하면, 덕수궁 전시 관람 전날인 지난 21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아 ‘광장:미술과 사회’ 3부 전시를 비롯해 ‘올해의 작가전’ 등을 돌아봤다. BTS의 공식트위터에 RM의 덕수궁 방문사진이 게재된 후 미술관 트위터에는 “멋진 그림 감상하러 가보고 싶네요”(Moon*****) 등 전시에 관심 보이는 국내 팬들 뿐 아니라 “남준(RM의 본명) 덕분에 한국미술과 한국 예술가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MONO*****)는 해외 팬들의 영문 응원글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출신 작가 티보 에렘의 ‘라 카르페’ /서울경제DB


프랑스 출신 작가 티보 에렘의 ‘리버티 하우스’ /서울경제DB


프랑스 출신 작가 티보 에렘이 그린 ‘윤보선 고택’ /서울경제DB


좋아하면 알고 싶고, 알게 되면 갖고 싶기 마련이다. RM을 필두로 한 BTS 멤버들은 애호가를 넘어 컬렉터로 진화하는 중이다. 미술시장은 고객의 구매 정보가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지만 “RM을 비롯한 BTS멤버들이 윤형근 작품을 워낙 좋아해 소품(작은 크기 작품)을 여러 점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 대형화랑 관계자가 귀띔했다. RM은 원로화가 김종학의 작품도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컬렉터는 두 부류로 나뉜다. 미술계에서는 ‘눈으로 사는 컬렉터’와 ‘귀로 사는 컬렉터’라 구분한다. 전자는 자신의 안목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쪽이고, 후자는 유명세·유행·투자가치 등 다른 사람의 의견에 기대 작품을 고르는 쪽을 뜻한다. RM의 경우 자신의 안목으로 작품을 택하는 컬렉터에 속한다. 그는 올해 초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전시한 프랑스 태생 작가 티보 에렘의 작품들을 구입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에렘은 펜와 잉크를 사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건물의 파사드(정면)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외 건축 뿐 아니라 한옥도 그렸다. 티보 에렘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직 덜 알려진 젊은 작가이기에, RM이 자신의 취향과 안목으로 작품을 택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BTS의 멤버 뷔는 지난 키아프 행사 중 본갤러리 부스를 방문해 조각가 김대성의 청동작품 2점을 구입했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할 법한 초현실적인 토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김대성의 ‘채플린’과 ‘보리의 산책’을 사 갔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뷔가 평소에도 작품 관람, 소장 등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면서 “캐릭터류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동기가 작업한 제이홉의 ‘치킨 누들 숩’ 커버 이미지. /사진제공=피비갤러리


멤버 제이홉은 지난달 발표한 솔로 음원 ‘치킨 누들 숩’의 커버 이미지를 팝아티스트 이동기와 협업했다. ‘아토마우스’ 캐릭터로 유명한 이동기는 “제이홉이 지난해 삼청동 피비갤러리의 전시를 가족에게 보라고 권할 정도로 오랫동안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면서 “솔로프로젝트를 준비한다며 제안을 해왔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눈과 손에 X자 표시를 한 캐릭터로 유명한 미국작가 카우스(KAWS)는 RM·제이홉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등 BTS와 각별한 인연으로 유명하다. 카우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핫’한 미술가인데, BTS 멤버들도 카우스의 작품을 여러 점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우스는 설치조각, 대형 회화 외에도 소형 피규어를 제작하며 국내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BTS의 뷔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대성의 ‘채플린’ /사진제공=본갤러리


BTS의 뷔가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대성의 ‘보리의 산책’ /사진제공=본갤러리


이 같은 BTS의 행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스타가 되는 과정이 그랬듯이 문화소비에서도 차별점을 갖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해외 유명 미술품 외에 한국미술, 한국적 미감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적극적인 공유가 두드러진다. 미술사학자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한류열풍을 비롯해 BTS의 인기로 한국어 학습,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했듯 한국미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더 많은 미술 콘텐츠 발굴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미술품 구입에서도 그간 일부 연예인들이 과시적으로 고가의 작품을 수집한 것과 달리 젊은 컬렉터의 재정 수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인다. BTS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윤형근·김종학 등 원로 거장의 작품들은 크기가 작은 소품류로, 젊은 작가의 작품도 500만원 미만이다. 이러한 태도는 컬렉터에 대한 국내 인식이 비자금·탈세 등으로 부정적인 것, ‘회장님’ ‘사모님’의 취미로만 비치던 데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BTS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는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의 아이콘이 보여주는 미술애호의 태도는 미술에 대한 접근성, 애호 문화 형성에 결정적 계기가 된다”면서 “특히 미술품 컬렉터로서 고가가 아닌 취향과 안목을 고려해 스스로 작가에 대해 학습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태도는 미술시장 저변확대에 선한 영향력을 주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BTS는 소비되는 ‘아이돌’이 아니라 문화소비의 모범을 제시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을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연예인 컬렉터’로는 소더비 경매의 큐레이터로도 활약한 바 있는 빅뱅의 탑이 유명하다. 빅뱅 멤버 태양은 백남준의 경매 최고가 작품인 ‘숫사슴’이 방송 카메라에 잡혀 알려졌다. 전시도 기획했던 지드래곤은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작품, 디자인 거장 장 프루베의 가구 등을 소장하고 있다. 배우 이광기도 실속있는 컬렉터인 동시에 자선경매, 전시기획 등으로 유명하다. 전지현과 소지섭, 이혜영 등도 꾸준히 컬렉션하는 것으로 미술계에 정평 나 있다. 해외에서는 스타들의 컬렉션이 대형 경매회사의 기획경매로 소개될 만큼 일반적이다. 이는 미술품 구입과 이를 통한 기부활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작품 컬렉션을 비롯해 엘튼 존, 최근 작고한 조지 마이클 등 화려한 톱스타가 수집한 미술품은 소장 이력까지도 ‘프리미엄’이 된다. 레오너드 디캐프리오,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등은 전 세계 주요 아트페어를 전세기로 찾아다닐 만큼 ‘큰 손 컬렉터’이다. 가수 마돈나는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컬렉터로 유명하다.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또한 컬렉터로 유명한데,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배려로 이곳에서 찍은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일으켰다. 미술관에서는 당시 출연작을 중심으로 아트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였고, 그 영향으로 루브르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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