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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어차피 힘드니 웃고 넘기자'...불황사회 파고든 B급코드

광고주 발바닥 핥는 세제 광고
'어른들의 뽀로로' EBS 펭수 등
황당한 '병맛 감성' 선풍적 인기
개인취향 중시 Z세대 입맛에 딱
기업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잡아
계층 비하 등 부작용 방치 우려

‘대체 이것은 광고인가 고발 영상인가?’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라는 설명과 함께 대충 그린 듯한 강아지 캐릭터가 등장해 기괴한 춤을 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돈만 주면 되는 줄 아나 본데’ 식의 노랫말, 광고주의 발바닥을 핥는 장면, ‘X나’ ‘X됐다’ 등의 비속어가 난무한다. 주말 밤을 즐기려던 광고 제작자가 LG생활건강 마케팅부서로부터 광고 영상을 주문받아 분노하는 내용이 총 1분 33초 분량의 영상 중 1분 9초를 차지하고 마지막 20초가량만이 LG생활건강의 세제 ‘피지’ 광고에 할애됐다. 영상은 공개 직후 단숨에 유튜브 조회 수 200만건을 기록했고 ‘빡칠’ 줄 알았던 LG생활건강은 제품 판매가 40%나 급증하며 쾌재를 불렀다. 불완전하고 저급함을 뜻하는 ‘B급’ 문화의 맥락 없고 황당한 ‘병맛’이 허탈한 웃음을 유발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설정의 연속인 tvN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EBS의 펭귄 캐릭터 ‘펭수’는 방송사 사장의 실명을 부르는가 하면 타사로 이직하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등 교육방송에서 볼 수 없던 돌직구 발언으로 인기를 쌓고 있다.

이러한 B급 문화 열풍에 대해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황기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듯 ‘B급 문화’에 대한 주목은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불경기로 대중들이 ‘A급’ 고급 문화에 괴리감을 느끼고 냉소적인 문화가 부상하면서 ‘어차피 힘든 현실을 웃고 넘기자’는 식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B급’에서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끄는 B급 문화를 ‘돌아온 돌직구’라고 정의한 김 교수는 “우리가 현실에서 절대 할 수 없는 말들을 돌직구로 날리는 ‘펭수’의 인기가 대표적”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정서가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생 젊은 세대)의 입맛과도 맞아떨어지면서 원래 소수만을 겨냥한 ‘마이너 문화’로 통하던 B급 ‘병맛’ 코드는 어느덧 금융·산업계의 주류 마케팅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그 화제성의 이면에는 다른 세대·계층에 대한 비하,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도 똬리를 틀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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