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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BTS가 뜨니 수출이 늘어나네요.”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硏 연구위원

문화산업, 국가의 미래 먹기리로 키워야

지속발전 위해선 감(感) 대신 시스템화 시급

‘박스오피스 경제학(어크로스 펴냄)’출간하기도





‘BTS가 뜨면 한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날까, 영화 한 편을 제작하면 감독은 얼마나 벌까, 유명작가와 신진 작가의 신간 중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책은 무엇일까…’

순수한 감성과 번뜩이는 영감을 투자해 창의성을 발휘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평가할 만큼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시장은 있지만 정확한 잣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그래서 ‘감(感)’으로 움직일 것 같은 문화계를 경제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는 김윤지(사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국내외 경제전망을 예측하는 연구위원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화계 ‘덕후(mania)’이거나 인문학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사실 거시경제, 수출 산업 등을 연구하는 경제학 박사다.

2010년 즈음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산업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 BTS, 싸이 등 걸출한 스타들에 힘입어 세계 젊은이들의 심장을 흔들어놓고 있는 한류가 실물 경제 특히 한국 제품의 수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한 그는 2012년 ‘한류 수출 파급효과 분석 및 금융지원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 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어나면 IT제품, 의류, 화장품, 가공식품 수출액이 약 412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 상품 수출 대비 소비재 수출이 4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처음 숫자로 확인했다. 문화상품의 소비재 수출 견인효과가 매우 높다는 결론이다. 그가 쓴 보고서가 언론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자 내친김에 문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연구해보자는 ‘셀프’ 과제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김 박사는 관련 연구를 하면서 문화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분석과 논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친김에 책도 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어크로스 펴냄)’이다. 책은 문화산업의 성공 요인이 예술적 혼과 감성이라는 섣부른 예단을 걷어내고 객관적이며 예측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는데 경제학적 이론과 분석이 유효하다는 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한류를 비롯해 영화, 공연 등은 물론 출판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분야는 다양하다. 이를테면 신진작가와 유명작가가 동시에 책이 나올 경우 신진작가에 마케팅을 하는 것이 출판사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해외 연구자들의 논문 등을 근거로 분석하기도 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유명작가의 신작에 광고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최근 김 박사를 만났다. 그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문화경제학이 새로운 연구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연구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면서 “21세기 문화콘텐츠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만큼 문화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경제학적 분석도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 대중음악으로 성장한 국내 문화 산업은 이제 드라마로 확산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화산업계 종사자와 금융계 등 다른 분야 전문가들 간의 의사소통 프로토콜에도 거리가 있다는 것. 그는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나선 제작자가 재무제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며 “타 업종과의 업무프로세스와 성과물이 차이가 분명한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아직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많이 있으며, 경영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부문에도 취약한 점이 많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업인 탓에 위기관리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할 뿐 아니라 돈의 흐름도 소수의 스타 배우에 몰려있을 뿐 산업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가지 변수를 최소화하고 영화 한편을 제작하면 해도 감독 보수는 평균 제작비의 1~2%정도인데다가 그것도 3~4년에 한번 영화를 찍을 뿐”이라면서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장의 전문가들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최근 자신의 보고서를 6년 만에 업데이트를 하면서 여전히 문화상품 수출이 소비재 수출을 견인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2018년 통계데이터를 기준으로 문화 상품 수출이 100달러 팔릴 때 소비재는 약 250달러가 판매된다는 것. 최근 트렌드 중 눈에 띄는 점은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 화장품·패션 관련 상품과 치킨·라면 등 소비재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 등 영상 미디어를 통해 K팝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한국의 문화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 패션, 뷰티 등의 제품은 물론 낯선 먹거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콘텐츠 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그의 보고서에 제시된 숫자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지원, 저작권 보호 등 다양한 정책이 나오겠지만, 자칫 탁상공론식의 지원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문화 콘텐츠를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문화, 관광, 음식 등을 연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어 “아직 문화 산업 분야에서는 소수의 성공사례가 과장되어 외형만 화려하다”면서 “어제의 성공이 내일의 히트를 예감해주지 못하는 분야인 만큼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예술과 문학 등 콘텐츠 산업의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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