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대법원 파기환송 후 첫 재판에서 “나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씨는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나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니다”라며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무작위로 보도된 수백 개의 페이퍼 컴퍼니(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도 허위”라며 “현 정부 국세청에서 마구잡이 식으로 조사해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해 사익을 취한 증거도 없고 어떤 기업도 몰랐다, 하늘에 두고 맹세할 수 있다”며 “말 소유권과 처분권은 삼성에 있는데 뇌물로 받았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특별검사팀 수사를 받을 때 신자용 당시 부장검사(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3족을 멸한다는 말을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무작위적 압수수색은 사회주의를 넘어서 독재주의로 가는 단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가 법정에서 직접 입을 연 것은 지난해 6월15일 항소심 결심 공판 최후진술 이후 1년4개월여 만이다. 최씨 측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딸 정유라씨 등을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이미 나온 만큼 사실관계보다는 양형에 쟁점을 집중할 뜻을 밝혔다. 최씨의 다음 공판은 12월18일 오후 2시10분으로 예정됐다.
최씨는 지난해 8월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29일 최씨의 일부 강요죄를 무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강요 혐의는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들보다 중대성이 크지 않은 만큼 최씨에 대한 양형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 직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방청객들이 “이 재판은 무효” “빨XX들이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직도 모르냐”라고 외치는 등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증인으로 신청된 박 전 대통령 역시 최씨와 같은 재판부가 파기환송심을 심리 중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어깨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 따로 공판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재활 치료에만 2~3달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최근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100억원대 서울 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 19억여 원을 면탈하려 한 혐의를 별도 수사 중이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25일 정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휴대전화를 압수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 과정에서 셋째 출산 후 난소 제거 수술로 입원한 상태에서 강제수사를 당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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