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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심리분석부터 예단·예물 토의까지…'준비된 사랑' 신고서

■결혼예비학교

☞서로의 다름 인정하고 알아가는 시간





결혼을 약속한 연인들이 행복한 첫 출발을 하도록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갓피플·두란노 등 종교단체는 예비부부교실 또는 결혼예비학교라는 이름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4시간씩 3주에 걸쳐 이뤄지는 강의도 있고 하루 집중 코스로 진행되는 강의도 있다. 수강료는 싸게는 3만원부터 긴 경우 3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장시간 진행되면 간단한 식사와 간식·음료 등도 제공된다. 명패가 놓인 테이블에 다른 커플들과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를 축적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상대로 시작된 교육들이 입소문을 타며 수강 문의가 쇄도해 최근에는 결혼한 지 1~3년 된 부부에게도 문호를 넓혔다.

상대방 성격 특징·대처법 배우고 숨겨왔던 상처 보듬어

예단·예물 액수·범위 등 허심탄회한 대화로 갈등 방지



◇애니어그램·심리분석 통해 짝꿍의 성향 파악=대부분의 결혼예비학교 프로그램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파트너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시작한다. 20~3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가족으로 하나가 되려면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필수다. ‘상대방이 나에게 꼭 주의해달라고 하는 모습은 무엇인가’ ‘상대방과 같아서 좋은 점과 달라서 좋은 점은’ ‘나는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등 구체적인 질문이 첫 강의의 화두가 된다.

성남시에서 진행하는 결혼준비학교에 참석한 이아영(32)씨는 “이혼율이 높다는 뉴스가 많다 보니 결혼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들기도 했고, 결혼 후 3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얘기해 수강했다”며 “애니어그램과 도형 심리검사를 통해 남편과 나의 성격적 특징과 대처법을 배울 수 있어 갈등 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심리검사와 대화로 연인들은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나 과거 콤플렉스를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고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두란노 결혼예비학교에서 ‘다름의 축복’을 주제로 지혜를 나눠주고 있는 한은경 강사는 “누구나 성격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으며 알게 모르게 상처들이 있다”며 “배우자에 대해 새롭게 알면서 놀라기도 하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기도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사정·소비습관 공개 등 재테크 교육에 성생활 조언

짝꿍 초상화 그리기·부부 십계명…청혼서약서 작성도



◇예물·예단 등 민감한 주제도 공개 토의=평소 연인끼리도 말하기 조심스러웠던 주제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도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의 상당수가 양가 부모의 생각을 제대로 알지 못해 갈등을 빚는 예물·예단부터 신혼부부가 자주 다투는 가사 분담 문제 등도 편하게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해답이 떠오른다고 한다. 결혼예비학교에서 10년째 강의를 해온 한 강사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연인들도 강의를 듣고 다른 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조금씩 이야기를 꺼낸다”며 “연인들이 각자 생각했던 예단·예물의 액수 혹은 범위가 양가 부모의 의견과 달라 끙끙 앓다가 상견례 자리 등에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미리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갈등의 소지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서울가족학교 예비부부교실에 참여했던 김향기(33·가명)씨는 “양가 부모님에게 용돈은 얼마씩 드릴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지 등 서로 조율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돼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재테크·부부 성생활 교육에 긴장도=강의를 듣는 예비부부들이 가장 긴장하는 시간은 재무교육 과목이다. 연애할 때는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상대의 경제사정과 재테크 지식, 소비습관 등이 낱낱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강의에서는 서로의 재정을 합치는 방법과 부부 연말정산 팁, 적정한 보험료 수준 등이 소개된다. 또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 신청조건·지역이나 버팀목·디딤돌 같은 전세·주택대출자금 지원 정책도 쉽게 정리해준다. 제공된 책자에 예비부부들은 장단기 저축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서로의 소비 패턴을 적어보기도 한다.

부부 성생활 교육도 예비부부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한국 사회의 통념상 ‘성’은 여전히 대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강사가 가벼운 농담과 게임·스트레칭으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면 그때부터 질문이 쏟아진다. 성관계 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하면 좋은 젤을 강사가 소개하자 ‘어느 회사 제품이냐’는 물음이 곳곳에서 나왔다. 강의 막바지에는 건강한 성생활이 부부관계의 친밀도를 높인다는 설명과 함께 ‘섹스리스’를 방지하는 조언도 이어졌다.



◇부부 십계명·청혼서약서 작성=짝꿍의 초상화 그리기와 결혼 생활에서 ‘이것만은 지키자’고 약속하는 부부 십계명 쓰기 이벤트도 인기다. 작성한 부부 십계명은 결혼예비학교에서 마련한 액자형 틀에 끼워진다. 셀프 부케 만들기와 대망의 청혼식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1만~2만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 교환하고 화관을 씌워주며 청혼서약서를 함께 읽는 방식이다.

강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업에 필요한 각종 자료 및 준비물을 챙겨주는 봉사자들은 대부분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한 선배들이다. 결혼예비학교 관계자는 “결혼 전에 예비학교 프로그램을 수강한 부부의 이혼율이 실제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료생들이 와서 봉사하며 예전 추억을 떠올리고 예비부부들의 고민도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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