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호 인사’로 영입을 추진하다 보류됐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두고 장고(長考)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기획단 출범에 맞춰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혁신·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 전 대장의 ‘삼청교육대 발언’ 등이 논란만 재점화시키면서 당 안팎의 비판을 더 키웠다. 박 전 대장 영입 논란의 후폭풍이 다시 거세지면서 한국당이 추가 인재 영입 발표 등에서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박 전 대장은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며 “당이 나를 필요해서 쓰겠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에서 받아준다면 충남 천안 지역구에서 총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비례대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지역구 출마를 강조했다. 특히 본인을 둘러싼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장은 “냉장고를 절도해 가져갔느니, 전자팔찌를 채워 인신을 구속했느니, 제 처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 했다느니, 잘못한 병사를 지오피로 유배 보냈다느니 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다만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다”면서도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안에 함께 사는 어른으로서 (공관병을) 나무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령관이 병사에게 지시한 것을 갑질이라고 표현하면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병사를 이용해 사령관을 모함하는 것은 군의 위계질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군인권센터에 대해 각을 세웠다. 박 전 대장은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군대를 무력화하는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군인권센터 소장은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의 발언 등 인재 영입 과정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삭제하기는 했으나 앞서 본인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장을 두고 “5공 때나 어울리는 인물”이라며 영입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의 1차 인재 영입 면면을 보면 의도는 이해되지만, 문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뼈아프게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한국당이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 가속을 붙이고 있으나 당 내외부에서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황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장을 포함시켜 (2차 인재 영입 때)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좋은 인재들을 더 폭넓게 모시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 이 과정에서 혹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시기와 범위를 잘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거듭했다. 한국당이 박맹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한 총선기획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도 정작 2차 인재 영입 발표는 보류하는 등 인재 확보에서는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재 영입 발표 강행이라는 정면돌파를 선택할지,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추이를 지켜볼지, 지켜보면서 박 전 대장 영입 카드를 확정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안현덕·구경우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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