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추진하면서 전형료 수입과 관련해 대학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전형료 수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지만 비용까지 고려하면 정시가 수익성이 높아 대학 입장에서는 정시 비중 상향이 더 남는 장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입에서 국내 4년제 대학들은 전형료로만 1,844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가운데 수시 수입은 1,074억원으로 정시 전형료 수입 264억원의 네 배에 달했다. 이는 면접 등을 이유로 수시 응시 비용이 9만~10만원 수준으로 4만원 정도인 정시보다 비싸고 경쟁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시·정시 공통전형 수익이 15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수시 비중은 더 커진다. 전형료는 수험생들이 특정 대학에 수시나 정시·편입으로 입학할 때의 응시 비용을 말한다.
대입에서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수시 전형료 비중이 높은 대학들의 수익이 악화할 것 같지만 사실은 조금 다르다. 수시 전형은 대학이 대관과 면접 등 모든 평가를 직접 주관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반면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출제부터 점수 발표까지 정부가 책임지기 때문에 부가 비용이 안 들어 수익성은 더 높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시는 인터넷 접수를 받아 응시한 수험생들을 수능 점수로 줄 세우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에서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며 “대학들이 매년 수억원을 정시 전형료로 챙기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시 비중을 상향하는 이번 기회에 맞춰 정시 전형료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정시 상향을 추진하면서 주요 타깃으로 삼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입학 전형료를 많이 챙기는 상황이다. 대교협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입에서 전형료 수입을 가장 많이 거둔 대학은 경희대로 64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중앙대(58억원), 성균관대(51억원), 연세대(42억원) 등 경쟁률이 높은 서울권 대학들이 전형료를 많이 벌어들였다.
교육계에서 뼈있는 농담으로 ‘대학입시가 한 번 끝나면 건물이 한 채 올라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학교들은 대입에서 교육부가 정시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기 때문에 전형료 인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할 명분도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시 비중을 높이면서 전형료는 그대로 두면 수험생들의 부담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성을 화두로 정시 비중 상향이 이뤄진 만큼 전형료 인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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