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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605년 화약음모 사건

포크스 가면의 유래

[오늘의 경제소사] 1605년 화약음모 사건
포크스 가면. /위키피디아

국회와 정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할까. 개발연대의 한국에서 건달 출신의 한 의원은 국무위원들에게 오물을 퍼부었다. 덕분에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당하고 여생을 폐인으로 보냈으나 국민들은 내심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회를 겨냥한 폭력 가운데 가장 수위가 높았던 사건은 1605년 11월5일로 잡았던 화약 음모(Gunpowder Plot). 영국 의회 개원식에 참석하는 제임스 1세와 왕자는 물론 모든 의원들을 폭사시킬 셈이었다. 가톨릭 열성 교도 13명이 일을 꾸몄으나 미수에 그쳤다.

음모의 원인은 박탈감. 스페인과의 전쟁(1588년) 이후 가톨릭에 대한 반감과 박해가 심해지는 가운데 신앙을 지키려 모인 청년들은 점차 과격해져 급기야 폭파 계획까지 세웠다. 거사 초기에 폭약 전문가로 영입된 가이 포크스(Guy Fawkes)는 갈수록 중임을 맡았다. 세를 낸 가옥에서 의사당까지 땅굴을 파고 화약을 반입하는 데 걸린 시일이 약 10개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성냥불을 그으려고 지하에서 기다리던 포크스는 거사 직전인 4일 밤 현장에서 체포됐다. 의회를 날리기에 충분한 화약통 36배럴과 함께 발각됐으니 부인할 도리가 없었다.

혹독한 고문으로 전모가 밝혀지고 거사가 물거품인 된 이유는 배신. 친척인 가톨릭 의원에게 피하라고 암시한 편지가 국왕의 손에 들어가며 역모가 드러났다. 도망가거나 자살한 관련자를 빼고는 8명이 사지가 찢기는 형을 받았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 영국 왕실은 왕의 건재를 과시하려 11월5일을 불꽃놀이 축제일로 정했다. 시간이 흐르며 축제의 성격은 거사 실패를 아쉬워하는 모임으로 변해갔다. 가이 포크스의 이름에서 영어 단어(guy)도 새로 생겼다. 처음에는 다소 좋지 못한 의미로 남성을 지칭하던 이 단어는 이제 성의 벽까지 넘어섰다.

단어보다 더 확산한 것은 포크스 가면. 19세기 이후 소설에서 영웅 이미지로 포장되고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6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해커그룹인 어나니머스가 사용하고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에 등장한 후부터는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를 굳혔다. 최근 홍콩 시위에서도 눈에 자주 띈다. 퍼져가는 포크스 현상에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포크스는 과연 의인이었을까. 사람들을 왜 포크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릴까. 세상이 나빠지는 데 방관해온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함인가, 아니면 조그마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보호막으로 활용하기 위함인가. 가면 속은 더더욱 모르겠거니와 가끔은 가면 자체마저 낯설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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