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됐지만 기업들은 내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입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총선 등과 맞물려 상당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으로 이렇게 호소 드리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경제 관련 입법을 정부와 국회에 호소하고 나섰다. 이날 회견에는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한진현 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5단체는 여러 경제법안 중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법안(근로기준법) △데이터 규제 완화 법안(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 법안(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입법을 대표적으로 촉구했다. 이 세 가지가 경제5단체가 가장 시급하다고 뜻을 같이한 분야라는 얘기다.
단체들은 먼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한시적 인가연장근로제를 통해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로의 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탄력근로제), 집중 근로 기간을 개인 스스로 선택(선택근로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한시적 인가연장근로제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은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최장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지시할 수 있는 제도다. 이중 탄력근로제는 현행 최대 3개월의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안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김용근 부회장은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 입법 때 패키지로 도입됐어야 하지만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라며 “연구개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조차 퇴근시간이 되면 강제중단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화학물질 관련법의 개정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승원 부회장은 “화관법상 1톤 이상 신규 화학물질은 전부 등록하게 돼 있는데 일본과 대만은 1톤 이상만, 미국은 10톤 이상만 등록하면 된다”며 “정부는 5년의 유예기간 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규제 수준이 너무 강해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가 없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경쟁국에 비해 규제 강도가 10배에서 100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단체들은 이어 데이터 규제 완화를 통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켜 금융·의료 분야 기업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근 부회장은 “우리 스스로 국내 경영환경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기업의 경쟁력과 민간 실물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보완입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는 반전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경제5단체 회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외돼 또다시 ‘패싱’ 논란이 일었다. 통상 경제5단체에는 이번에 참가한 중견기업연합회가 아닌 전경련이 들어갔지만 올해 들어 열린 행사나 회견에는 전경련이 아닌 중견련이 참석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행사와 관련해 연락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계 인사는 “이번 정부 들어 적폐로 몰린 전경련이 참석하는 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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