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0시)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일 3국이 ‘운명의 한 주’를 맞게 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이를 결정하기로 한 한국은 진퇴양난에 처한 형국이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우선 해결을 강조하며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견제책인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미국이 한일갈등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은 중재보다는 한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었다.
미국은 국무부의 핵심 외교·안보·경제 라인에 이어 국방수장까지 한국에 파견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위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특히 오는 13~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인도태평양전략 동참 요구 등 ‘폭탄’ 방위비 청구서를 내세워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하게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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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이 수출규제를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할 명분이 없는 청와대의 근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일갈등과 관련해 압도적인 국내의 대일 강경 여론도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서는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강행할 경우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는 사실상 중국과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만큼 미국 조야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까지 악화된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파장으로 한미동맹마저 흔들릴 경우 한국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다음달 하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전통적인 한미일 노선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며 한국을 우회 압박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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