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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산업 키우려면 연구 환경부터 확 바꿔라

내년에 문을 여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이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40명을 뽑는 전문석사 과정에 지원자가 몰리며 경쟁률이 6대1을 넘었지만 막상 이들을 가르칠 교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형편이다. 계획된 교수 채용 규모는 15명 선이지만 현재까지 2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겸직제한 규정에다 호봉제 중심의 낮은 보수체계가 걸림돌로 지목된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분야 박사학위를 딴 인재가 5억원가량의 연봉을 받지만 한국 대학은 1억원대에 그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구시설과 데이터·수행인력 등 인프라가 터무니없이 열악하다는 데 있다. 서울대는 시설 확충을 위해 올해 예산 22억원에 더해 수십억원의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1조원 넘는 기금을 조성해 AI 특화 단과대를 설립한 미국 MIT와 비교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신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데이터 활용도 여의치 않다. 데이터 3법이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경쟁국인 중국은 과감한 규제혁파로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AI 등을 가르치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최근 몇 년 새 수요가 급증했지만 정원은 15년째 55명에 묶여 있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막고 있어서다. 정원을 늘리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대에 대한 타격을 이유로 허가하지 않고 있다. 결국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가 고육책으로 2022년부터 공대 정시 신입생의 3분의1을 전공 구분 없이 뽑아 컴퓨터공학부를 선택할 길을 열겠다고 나섰다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성균관대는 12일 글로벌 AI선도대학을 목표로 ‘AI 비전 전략 선포식’을 열었고 숭실대도 최근 AI융합 분야를 모든 학과에서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AI고’ ‘빅데이터고’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학생을 뽑아놓고도 가르칠 사람이 없어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려면 인재 육성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싹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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