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상태였던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후 홍콩의 반중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고 있다. 도심은 사실상 ‘전쟁터’로 변했으며, 홍콩 당국은 경찰 인력을 보강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격렬한 반정부시위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한 홍콩증시는 좀처럼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시위대의 폭력시위와 경찰의 강경 진압에 따른 혼란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파업·동맹휴학·불매운동을 일컫는 ‘3파운동’이 이어져 홍콩 시민들은 사실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홍콩 시위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여명(黎明·아침) 행동’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방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홍콩 내 철로 곳곳에 돌이나 폐품 등을 던져 지하철 운행을 막았다. 일부 시위대는 지하철역에도 들어와 차량을 파손하거나 불을 질렀다. 중국 기업을 겨냥한 성난 시위대의 파괴 행위도 이어졌다. 시위대는 센트럴 지구에 위치한 중국은행 지점에 벽돌을 던져 유리창을 부쉈다. 전일 홍콩중문대 등 대학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데 따라 이날 홍콩 내 대부분의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으며 영국계 국제학교를 비롯한 많은 초중고교에도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홍콩 정부는 6개월째 지속된 시위 사태로 경찰 인력 부족이 심각해졌다고 판단하고 교도소 폭동 대응팀으로 이뤄진 ‘특별경찰’을 편성해 투입하기로 했다. 오는 19일 신임 경찰청장에 친중 강경파인 크리스 탕(54) 현 경찰청 차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 충돌은 더욱 격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콩의 민주화시위가 물리적 충돌과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날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2%가량 하락했다. 지난 8일 이후 4거래일 동안 5%가량 추락한 홍콩증시는 여행객 감소와 투자심리 악화로 좀처럼 반등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홍콩 민주화시위 격화로 홍콩증시 상장을 미뤄온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이날 홍콩증시 상장 승인을 받아 시장 반등의 재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홍콩증시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추가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공모가가 결정되며 이르면 25일부터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홍콩의 민주화시위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의 미국 상원 통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공화당의 짐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12일 한 토론회에서 “홍콩인권법의 상원 통과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홍콩인권법에는 100명의 상원의원 중 공화당·민주당 의원 37명이 이미 이름을 올린 상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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