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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시간만 보내기 NO"...운전면허·워드·컴활 자격증 따자

수능 이후 교실 '놀자판'에 교육과정 재정비

학생 안전점검 강화·자기계발 프로그램 운영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활용 금융·노동 교육도

/이미지투데이




“수능 이후 교실은 완전히 ‘놀자판’이었죠. 대학 수시 논술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시끄럽게 떠들거나 엎드려 잤습니다. 선생님들도 별로 나무라지 않고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여주는 등 학생들을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지난 2월 서울의 A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19)양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당시 3학년 교실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수능 이후 수업 시수가 남아 있더라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세상이 끝난 듯’ 수업시간을 보내는 것은 A고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파행교육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교육과정이 철저히 운영되지 않은 것은 물론 학교 측의 학생 관리에도 구멍이 뚫리면서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기도 했다. 2019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뒤인 지난해 12월 체험학습을 떠난 서울 지역 고교 학생 10명이 숨지거나 다친 ‘강릉 펜션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학생들은 학교에 개인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강릉의 한 펜션에 숙박했다가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이후 수능을 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을 없애고 학교 내에서 실질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강릉 펜션 사고 후 교육부가 교사와 학생·졸업생 등 2만8,5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생의 63.3%는 ‘흥미와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재학생의 57.3%는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필요하다’고 밝혔고 교사의 53%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화가 확대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3학년 2학기 수능 이후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교육당국이 대책을 마련했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졸업 전까지 학교에서 예비사회인으로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올해 수능일인 14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총 17일간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사회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운전면허와 컴퓨터 자격증 취득에 관한 교육과 금융·노동·세금 교육이 포함된다. 학생들은 이 기간 운전면허 취득에 필요한 교통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생이 희망하면 운전면허시험장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면허 취득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도로교통공단과 협의해 올해 9개 시험장에 프로그램을 먼저 적용한 후 내년에 적용 시험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컴퓨터 자격증 필기시험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치를 수 있다. 또 학교와 학생이 희망하는 일정에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활용능력 1·2급 상설 필기시험이 열려 수능 이후 남는 시간에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자격증 시험은 14일부터 학교를 통해 일괄 접수된다. 시험을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번 시험 개설이 고3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워드나 엑셀 다루는 법을 배워두면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나갔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사회인에게 필요한 신용관리나 증권 등 금융에 대한 교육, 근로계약서 작성법이나 갑질·성희롱 예방 등 노동 교육도 진행된다. 서울·부산을 포함한 7개 지방국세청과 세무서에서 제공하는 세금 관련 교육도 마련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게 됐을 때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다.

올해부터는 수능 이후 다양한 체육활동과 자기계발의 기회도 주어진다. 교내 스포츠 리그, 사제동행 경기, 스포츠 스타 특강 등 약 410개의 체육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체육 프로그램은 전국 약 1,300개교에서 행해지며 예비사회인 맞춤형 프로그램과 달리 내년 2월까지 실시된다. 공공기관에서는 학교에 인문학 콘서트, 우수 중소기업 모의면접, 문화·예술 교육 등 76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들의 자기계발을 도울 계획이다.

예비사회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기간은 ‘학생 안전 특별기간’으로도 운영된다. 이 기간에는 유해시설·숙박업소 등에 대한 안전관리와 순찰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여성가족부·경찰청 등과 협력해 청소년 유해업소 출입 단속 강화를 비롯해 청소년 음주, 일반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청소년 숙박시설 안전·위생점검 강화, 청소년 무면허운전 안전 관리 등을 실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확대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수능을 마친 고3 학생이 고교 교육을 의미 있고 건강하게 마치고 준비된 사회인으로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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