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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법무-검찰 '전쟁' 점화한 김오수 차관의 대통령 보고

14일 김 차관 검찰개혁안 보고 두고 법무·검찰 꿈틀대던 갈등 표면화

개혁 주체-대상 간 전면전 비화 조짐…검사 복귀 결정 '급' 보류하기도

검찰개혁 추진에 가속이 붙으며 개혁 주체인 법무부와 대상인 검찰 사이에 갈등의 불꽃이 튀고 있다. 이번 한주 서초동의 화제는 단연 ‘법무부 대 검찰’의 신경전이었다.

그간 법무부는 자문기구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를 통해 검찰개혁안을 수시로 권고받고, 이중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한 방안을 시행해왔다. 특히 지난달 8일에는 11가지 ‘신속 추진과제’를 선정·발표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연내 완성을 목표로 하는 추진과제에는 △형사·공판부 강화를 위한 직제 개편 △수사관행 개선 법령의 실효성 확보 △국민 중심 검찰 조직문화 정립 △견제와 균형 원리에 기반한 검찰 운영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 등이 포함됐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며 이 같은 기조에 화답했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 당정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관 대통령 보고내용 두고 연일 ‘썰전’=문제는 지난 8일 장관직무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직접 보고했다는 내용에서 출발한다. 김 차관은 문 대통령에게 연내 추진 검찰개혁 과제 중 하나로 직접수사 축소를 위해 전국 검찰청의 41개 직접수사 부서를 폐지하겠다는 직제 개정안을 보고했다. 폐지 검토대상에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조세범죄조사부·방위사업수사부·범죄수익환수부와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 등 비교적 최근 설치된 부서들도 포함됐다. 주요사건 수사에 대해 법무부가 검찰의 보고를 받는 내용도 보고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2일 늦은 오후 관련 내용을 보고 받은 뒤 우려를 표하고, 대검 부장들과 폐지 검토대상에 오른 전국 검찰청 부서 부장들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김 차관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추가로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추진하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검찰 수사력을 형사·공판부로 돌리겠다”는 의견을 재차 표명했다. 논란이 일자 같은 날 법무부는 “검토대상일 뿐 37개 부서를 전부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직제 개정을 추진할 예정인 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고 대검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검은 “거짓 해명”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법무부가 대통령에 보고한 내용에 ‘검토’가 아닌 ‘축소’라는 표현이 사용됐고, 상호 간 협의과정 없이 보고가 먼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을 두고 주체와 대상의 갈등이 처음으로 표면화된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패싱’에 검사들은 ‘부글부글’=검찰 내에서는 “권력형 비리나 경제범죄 수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대책이 없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폐지 검토대상에 오른 한 지방 검찰청 수사부서의 부장검사는 “국고보조금을 빼돌리는 경우처럼 누군가 고소·고발을 할 유인이 없는 경우에도 범죄 첩보가 입수되면 이를 수사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직접수사 폐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폐지 대상 중에 직접수사 부서에 해당하지 않는 부서가 많은데 이를 선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재경지검의 부장검사는 “공정거래·금융조세 분야만 봐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서 통보한 자료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해 사실상 기관 고발사건 수사 부서에 가깝다”며 “수십년간 관계기관과 공조해 절차·법률을 다듬어 발전시켜온 수사 역량을 사장(死藏)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부부장은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를 통해 반대 의견을 공개 표명했다. 이 부부장은 “공공수사부, 강력부뿐만 아니라 특허범죄조사부, 사이버수사부, 금융조사부 등 전문부서는 ‘범죄의 고도화, 지능화’에 대응하여 순차적으로 만들어졌고 부서 특성에 맞게 꾸준히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춰왔다”며 “법무부의 전문부서 폐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직접수사 축소’ 명분으로 일괄 폐지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 상황을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찰의 반응은 격앙됐다. 대검찰청은 법무부 추진안이 수사의 밀행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검찰청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사전 보고가 정부·정권의 수사 개입 여지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현행 검찰청법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며 이때도 보고는 사후에, 예외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 대검 간부는 “사실상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무부는 이 역시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검찰총장이 수사 중 사안에 대해 단계별로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토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추가기소된 지난 11일 한 시민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걸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연합뉴스


◇法·檢 공방에 파견검사 복귀도 ‘쉬쉬’=법무부와 검찰의 ‘불협화음’이 세 번째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회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법무부는 김오수 차관 주재로 지난 14일 내·외부 파견 인원에 대한 파견 유지 여부를 심의했다. 앞서 법무부가 ‘파견 최소화’ 기조를 세운 만큼, 파견 심사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상당수 검사들을 원청으로 복귀시킬 심산이었다고 한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와 공판부에 파견되어 있는 검사들 중 누구를 돌려보낼지 그 대상을 정하고 있다가, 같은 날 직접수사 부서 폐지와 수사상황 법무부 장관 사전보고 방침에 대검찰청과 공방이 벌어지는 상황이 연출돼 ‘일단 퇴각’으로 돌아섰다는 전언이다. 한 심사위 관계자는 “하필 회의 당일 조국 전 장관이 검찰에 출석한데다, 법무부와 대검이 검찰개혁안을 두고 언성을 높여 ‘법무부가 검사를 뺐다’고 하면 ‘민란(民亂)’을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파견 심사위는 지방 형사·공판부 업무 과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겠다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설치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8일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법무부 예규)’을 제정·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에는 위원장인 법무부 차관 외에도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위원 2명, 대검과 일선청의 직급별 검사 등 내부 위원 4명이 참여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주요 사건 공소유지 인력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며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심사위에 의견서를 내며 기록이 방대하고 사안이 심각해 재판 직접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주요사건 담당 검사의 파견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해왔으나, 재차 심사대상이 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 검사 파견 심사위는 12월 중순 개최돼 파견 검사의 파견상태 유지 여부에 대해 다시 심사할 전망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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