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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원천기술 먼저" vs "응용연구 중심"..AI 국가전략 불꽃논쟁

9년간 1조대 예산 지원 앞두고

"美·中 원천기술 많아" 회의론 속

"아직 갈길 멀어 과감한 투자 필요"

학계·출연연·업계 의견 엇갈려





‘인공지능(AI) 원천기술 개발이냐, 응용·개발 연구 중심이냐.’

정부가 연내 AI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 등에 관한 국가전략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AI R&D 전략의 비전과 목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을 통해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비공개로 연 ‘인공지능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제2차 NEXT AI 전문가 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정부·학계·업계 등 총 23명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9년간 정부의 1조원 이상 AI R&D 투자 예비타당성 추진에 앞서 AI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신규·대형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중점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학계·업계에 AI R&D를 지원할 때 사업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며 “학계와 출연연을 중심으로 AI 원천기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등이 AI 원천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원천연구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쪽과 아직 AI 기술이 갈 길이 머니 원천기술 R&D 투자도 과감히 하자는 쪽으로 엇갈린 것이다.

양쪽 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AI 기술이 공상과학(SF) 영화처럼 발전하려면 최소 수십 년 이상 지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현재 대부분의 AI는 개발자의 학습 의도에 맞춰 제한적인 업무만을 잘 수행하도록 개발돼 다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례로 구글 ‘듀플렉스’가 식당이나 미용실에 전화해 예약을 하고, 2016년 ‘알파고’ 이후 발전한 ‘알파제로’는 기보 학습 없이도 상호 대국하며 바둑에서 무적이 됐으나 특정 용도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영상을 잘 판독하는 의료 AI도 마찬가지다. AI 벤처기업인 라온피플의 이석중 대표는 “이런 식으로 AI 신화가 쌓이며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가 곧 올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고양이를 잘 인식하도록 학습된 AI로 개를 인식시키는 게 힘든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AI, 학습대상 바뀌면 경험 초기화

범용문제 풀 제너럴AI 연구는 부족



기존 SW 기반 머신러닝 기술 넘어

병렬형 반도체 등 HW 공략해볼만



AI는 인간이 기존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유추·해석·상상하는 데 비해 학습할 때 신경망을 무작위로 초기화한 후 학습 데이터를 활용해 신경망의 변수 값을 결정한다. 학습 대상이 바뀌면 초기화돼 이전 것이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AI는 유사 과제를 배울 때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을 사용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가 발표한 ‘진보적 신경망’은 학습에서 사전 훈련된 모델 풀을 유지하며 새로운 분야의 학습 시 유용한 특징을 추출한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가 풍부한 분야에서 학습된 AI에게 무작위 초기화를 하는 대신 기학습된 지식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의 데이터로 미세조정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분야가 많이 다르면 적용이 어렵고 다중 분야에서 학습은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개발된 AI는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로(narrow) AI로 범용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너럴(general) AI 연구는 부족해 앞으로 새로운 방식의 AI가 나올 수도 있다”며 “지금은 AI를 각 분야에 맞춰 개발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인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라든지 소스를 개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내다봤다.

AI 원천기술 중에는 소프트웨어(SW) 기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분야뿐 아니라 스마트한 하드웨어 쪽도 들 수 있다. 휴대폰이나 단말기에서 음성인식이나 추천 서비스 등 AI 기능이 작동하는 데 갈수록 서비스 고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기존 2진법으로 처리하는 반도체를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것처럼 AI에 특화된 저전력·병렬형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게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텔의 로이히(Loihi),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칩처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승1패를 거둘 당시 뇌의 뉴런이라는 복잡한 신경회로망을 모사해 여러 단계를 심층 연결하는 ‘딥러닝’ 기술을 썼다고 해도 데이터를 받으면 알고리즘대로 처리하느라 무려 1,200대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를 썼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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