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간은 충북 제천시 보전관리지역에 조성한 단독주택이다. 976㎡의 넓은 땅에 2층짜리 건물로 들어섰는데, 건폐율과 용적률이 모두 15%에 못 미친다. 건물이 주체가 아니라, 건물과 주위를 둘러싼 땅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인 셈이다. 산수간이라는 이름은 ‘산과 냇물 사이’라는 뜻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 윤선도가 지은 시 만흥의 첫 구절에서 따왔다. 만흥은 속세를 벗어나 자연에서 즐기는 흥취를 노래하는 시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짓고 싶었던 집도 바로 자연과 어우러진 집이다.
산수간의 건축주는 은퇴 후 자유인으로 살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 설계를 맡겼다. 건축주가 당부한 점은 신축을 원래부터 있던 집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집 주변의 정방산과 능강계곡, 옥순봉의 풍경을 잘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집이 산수간이다. 산수간의 설계를 맡은 목금토건축사사무소는 부지에 있는 나무와 돌의 위치를 모두 기록했다. 이들이 집을 자연스럽게 둘러싸고, 집 안에서 나무와 돌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산수간의 거실에는 남향으로, 안방은 동쪽으로, 욕실에서도 이끼정원이 있는 쪽으로 창을 내 집 어디에서든 바깥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거실에 난 남쪽 창은 전면 유리로 설계해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우도록 했다. 설계사 측은 “작은 집이지만 동양사상의 음과 양을 모두 품는 우주의 스케일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라며 “빛이 호방하게 드는 넓은 거실을 양의 공간으로 삼고 안방은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욕실은 집주인이 동굴에 들어온 듯 휴식을 하는 음의 공간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2층에도 복잡한 구조물 없이 한쪽 끝에 정자를, 또 다른 한쪽에 허실을 뒀다. 허실은 우리 한옥의 대청마루나 마당의 경우와 같이 지정된 용도가 없는 공간이다. 사색의 공간으로 삼거나 지인들과 어울려 바베큐 파티를 여는 무대 공간으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맞은편에 있는 정자는 격자무늬 틀로 된 시스템 창으로 둘러 낮에는 정자 내부가 격자무늬 그림자가 들고 불을 켠 밤에는 마당으로 격자 그림자가 비치게 돼 있다. 정자를 두른 문을 열면 지붕만 남고 외부와 맞닿는다. 사실상 2층 전체가 특별한 목적 없이 외부 풍경과 어우러져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심사위원들도 산수간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김상길 심사위원은 “산을 배경으로 중간을 비운 매스에 고벽돌과 흰 노출 콘크리드 면은 자연을 배경으로 존재하는 우리 건축의 정서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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