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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아세안 협력에 '진정성' 어필…외교·경제 다변화 활로

[한·아세안 정상회의 폐막]

■文대통령 '세일즈' 성과·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6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25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 해운대를 함께 바라보며 담소한 사진을 공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트위터에 “호텔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해운대 백사장 풍경”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시작된 일본과의 외교분쟁은 우리 사회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우리 경제의 취약성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산에서 나흘간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 외교와 경제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인구 고령화,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젊은 아세안’은 기회의 땅이다. 전 세계는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소비시장이자 생산기지로 아세안을 주목하고 있다. 당장 한국의 제2 교역 대상이 아세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페이스북를 통해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은 서로의 미래세대에게까지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세안의 발전이 곧 한국의 발전’이라는 게 이번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이 전한 핵심메시지였다. 정해문 전 태국 대사는 “우리 외교와 경제 다변화의 관점에서 아세안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10개국 순방부터 부산 회의까지

석달간 아세안 정상들과 스킨십

자유무역 연계한 상생번영 공유



이번 정상회의는 아세안과 협력하겠다는 한국의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후 약속했던 아세안 10개국 순방을 모두 마무리했고 11월에는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의까지, 아세안 정상들과 불과 두세 달의 짧은 기간 동안 긴밀하고 잦은 스킨십을 나눴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한국과 아세안은 신남방정책의 핵심가치인 사람 중심의 포용, 자유무역과 연계성 증진을 통한 상생 번영, 평화라는 가치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직접 찾는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의 성과들도 나왔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연간 생산량 2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의 영향력이 막강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 현대차의 새로운 도전이다.



아세안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는 총인구 6억5,000만명에 달하는 방대한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아세안의 3대 교역국가들과 모두 양자 FTA를 맺었고, 말레이시아·필리핀과도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와의 FTA 공동 연구도 시작됐다. 아울러 한국과 아세안 정상들은 11월 초 태국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내년 최종 서명에 적극 나서기로 다짐했다. 주 보좌관은 “아세안에서 향후 우리 기업 진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큰 국가를 전략적으로 타기팅해 FTA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개발수요가 넘치는 아세안 지역에 ‘한국형 신도시’ 건설을 통해 인프라 수출도 늘릴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인도네시아와 수도 이전 프로젝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한국형 행정수도 수출을 위한 첫 교두보를 마련했다. 싱가포르 스마트네이션, 미얀마 달라 신도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스마트 신도시와도 별도의 협력체계가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24일 태국·베트남·라오스 정상들과 함께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착공식을 찾아 아세안의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형 스마트시티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대차 印尼 공장·FTA 확대에

인프라 수출 등 경협 결실 거둬

“韓만의 공략 전략 필요” 분석도

아세안과의 ‘하늘길’ 역시 보다 확대된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직항을 자유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허브인 인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간 연결이 활성화돼 양국 간의 교류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한·브루나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주 5회의 기존 운항횟수 상한을 폐지하고 직항 편을 자유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인적교류 차원에서는 아세안 유학생을 오는 2022년까지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으며, 복수비자 발급 대상도 아세안의 자산가·기업인·고위공무원·국회의원 등으로 확대해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이처럼 구체적인 협력 방안들이 도출되기는 했으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1970년대부터 아세안에 진출해 시장 곳곳을 잠식한 일본과 막강한 자본력을 투입하는 중국의 존재는 부담스럽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력으로 따지면 현실적으로 중국·일본과는 경쟁을 할 수가 없다”며 “중국과 일본이 깔아놓은 인프라에 한국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등 차별화된 한국만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교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고, 무엇보다 우리의 글로벌 기업 육성 노하우를 아세안에 전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 전 대사는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글로벌 기업들을 배출한 원동력이 무엇이냐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며 “노하우 전수를 비롯해 비슷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한 국가로서 한국을 마음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이웃으로 만드는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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