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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韓·佛 문화교류 진심 전하니…샹젤리제 극장 문도 열렸죠"

<이미아 한국의 메아리 대표>

프랑스 한국전 참전용사들 만난 이후

평화의 중요성 알게되며 콘서트 시작

회비만으론 행사비 도저히 충당 안돼

사비 들여가며 어렵게 12년동안 버텨

앙발리드博·마들렌성당 등서 개최하다

올 '샹젤리제 극장'서 처음으로 공연

앞으로 10년간 콘서트 개최 허가에

입장권도 유료화...행사 지속성 확보

佛대표단 이끌고 대구 로봇博 참가 등

양국 경제산업문화 협력 사업도 진행

이미아 에코드라코레 대표./오승현기자




지난 10월1일 프랑스 파리의 명품 거리인 몽테뉴가. 전체 2,100석 규모의 샹젤리제 극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극장 앞에는 각국 대사관의 차량 번호판을 단 고급 세단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극장 로비에는 한국어는 물론 프랑스어와 영어·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려왔다. 샹젤리제 극장은 파리지앵(파리 시민) 사이에서는 일생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극장에 들어가 공연 관람을 하는 것이 꿈일 정도로 유명한 극장으로 파리의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힌다. 공연 시작 시각인 8시가 되자 극장의 불이 모두 소등되며 조명이 무대를 밝게 비췄다. 프랑스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의 메아리(Echos de la Coree)’가 주최한 한·프 문화협력을 위한 12번째 콘서트가 열리는 순간이다. 이미아 한국의 메아리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입장한 뒤 짧지만 강렬한 말로 인사를 시작했다. “평화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평화의 시작입니다.”

행사를 2008년부터 매년 주최해온 이 대표에게 이날 행사가 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바로 프랑스 파리의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곳에서 처음으로 공연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은 제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예술 공연기획 컨설팅을 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을 행사 개최비로 사용해왔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는 샹젤리제 극장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곳에서 공연을 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문화를 교류하는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는 앙발리드 박물관에서도 콘서트 공연을 열었고 지난 10년간은 마들렌 성당에서 행사를 이어왔다.

“올해는 행사를 주최한 지 10년을 넘어서면서 조금 더 콘서트를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에 샹젤리제 극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지 문의했어요. 이미 10년 넘게 매년 꾸준하게 개최해온 점과 한국과 프랑스가 문화를 교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행사 취지를 설명했더니 에펠탑보다도 높게 느껴졌던 샹젤리제 극장 문이 활짝 열리더군요.” 샹젤리제 극장은 이 대표의 설명에 현장에서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10년 동안 자신들의 극장에서 문화 콘서트를 열어도 좋다고 승낙한 것이다. 이미 샹젤리제 극장은 이 대표에게 내년 콘서트 개최 가능일 3~4개를 알려준 상태다. 이 대표가 날짜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이 대표는 수익도 나지 않는 콘서트를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20년 전 우연한 기회에 한국전쟁에 참여한 프랑스의 참전용사협회장을 만나면서 프랑스 참전용사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일 년에 한 번씩 총회를 열고 행사에 초대받아 참석하면서 그들의 뜨거운 가슴과 한국에 대한 애틋한 정, 평화의 중요성 등을 알게 된 것이 콘서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한국전쟁 당시 3,421명을 파병해 287명이 전사하고 1,350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한국전에 참전한 프랑스 대대를 이끈 랄프 몽클라르 장군의 스토리는 이 대표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몽클라르 장군은 제 1·2차 세계대전을 직접 전장에서 경험한 3성 장군 출신의 노장으로 6·25 전쟁 시작과 함께 대대 규모를 파견하기로 결정한 프랑스 정부의 결정에 맞춰 자신의 계급을 중령으로 스스로 강등시켰다. 한국에 파병하기로 한 대대급 부대를 직접 지휘하며 전선에 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매년 콘서트를 할 때마다 한국전에 참전한 프랑스 참전 군인들을 초대했다. 이제는 모두가 연세가 90세에 가까워 생존자는 30명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 행사에는 생존자 3명만이 참석했다”면서 “참전군인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미망인과 후손들을 매년 초청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아(오른쪽) 한국의 메아리 대표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의 샹제리제 극장에서 열린 12번째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의 메아리


그렇다면 사단법인인 한국의 메아리가 매년 개최하는 음악회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비영리 사단법인의 이름이 한국의 메아리이지만 행사 이름도 한국의 메아리로 정한 것은 2004년부터”라면서 “행사 개최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위상과 평화의 중요성, 한국과 프랑스 간의 문화 교류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항상 문제는 돈이었다”고 웃었다.

그는 “사단법인 회원들이 낸 회비만으로는 도저히 행사비용 충당이 되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컨설팅 비용을 받으면 행사비용으로 충당하면서 이렇게 12년을 버텨왔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옆에서 지켜보던 프랑스인 남편은 기자에게 “한국과 프랑스 간의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돈이 좀 되는 일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렇기에 올해 열린 콘서트는 이 대표에게 조금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은 사단법인의 회원들이 낸 회비와 자신이 조달한 자금만을 행사비용으로 사용했지만 자금난으로 결국 올해부터는 입장권을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제가 반드시 초청해야 하는 한국전 참전 용사와 가족분들을 제외하고는 티켓 한 장당 30유로를 받고 팔기 시작했다”며 “공연 초기부터 매년 초대받은 분들이 흔쾌히 티켓을 구매하면서 콘서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티켓 판매 대금만으로는 콘서트의 예산 전체가 채워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공연에 큰 보탬이 된다”며 “티켓 판매 수입이 들어오는 만큼 더 짜임새 있는 콘서트, 더 의미 있는 콘서트, 프랑스에 파견된 각국 외교 사절단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주최하는 게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올해 행사 인사말로 ‘평화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면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클래식 콘서트가 평화의 상징으로 우뚝 솟고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메아리가 될 수 있다면 제 역할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이미아(오른쪽 세번째) 대표가 지난 2013년 마들렌느 성당에서 한불 친선콘선트에서 공연을 한 유엔젤보이스의 남성성악 중창단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의 메아리


이 대표가 이끌어 온 한·프 평화 콘서트는 프랑스 현지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콘서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2017년 마들렌 성당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주빈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석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교육을 통한 인류 사회의 공영과 평화라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 하루 전날 미국이 유네스코 집행 이사회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유네스코 사무국은 비상 회의를 개최하는 등 사무총장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보코바 사무총장의 친필 메시지를 대신 읽어야만 했다. 이에 앞서 2016년 열린 아홉 번째 공연에서는 장뱅상 플라세 프랑스 국무장관이 참석해 국립 경찰 오케스트라와 한국 성악가들의 무대를 축하해주기도 했다.

이미아(오른쪽) 한국의 메아리 대표가 지난 2017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 본부에서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의 메아리


이 대표는 한국의 메아리 대표 역할 이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 간 경제산업문화 협력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박람회에 프랑스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몸은 프랑스에 있지만 항상 마음은 한국에 있다는 이 대표. 기자는 과거 그가 한국의 밥퍼급식소 등 여러 복지재단에 제법 큰 돈을 사비로 지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수억원을 지원한 것도 아닌데 그 얘기는 하지 말자”며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 돕는데 그게 무슨 이야깃거리가 되냐”고 대답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 대표는 최근 한·불 문화 교류 협력 이외에도 프랑스 진출을 타진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도 시작했다. 한·불 문화 교류 협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이미아 대표가 앞으로 재계에서 어떤 성과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파리=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She is…

△1968년 경북 안동 △2007~2012 여수박람회 홍보대사 △2013~2014 재프랑스한인회 부회장 △2015~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여성특별위원 △2018~프랑스 루아르지방 ‘빛과 소리 축제’ 홍보대사 △한국의 메아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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