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홍 부총리가 한시가 급한 구조개혁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는 점이다. 당장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경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반환점을 돈 정부 임기 내에는 인기 없는 구조개혁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이 정부 들어 구조개혁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현실과 동떨어진 한가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제도개선은 외면한 채 손쉬운 재정투입에만 열을 올렸다. 그 결과 노인 일자리만 잔뜩 늘리고 온 나라를 세금중독증에 빠뜨렸다.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는 땜질정책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의 3대 지표인 생산·투자·소비는 동반 감소해 8개월 만에 ‘트리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전월보다 3.1% 떨어졌고 설비투자도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은행이 2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내년 성장률을 또다시 2.3%로 낮춘 것도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할 뿐이다. 한은도 지적했듯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2.5~2.6%)마저 밑도는 상황이 고착되는 것이야말로 비상한 각오와 대처를 통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우리 경제에 온기가 돌자면 무엇보다 기업 투자가 활력을 되찾고 민간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자면 과감한 규제 완화로 투자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눈앞의 인기에만 급급해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미룬다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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