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 갱신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국내 증시는 ‘박스피’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직구(직접 구입)’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미국이 해외 주식시장 중 ‘톱 픽(Top Pick·1순위)’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S&P500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등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하며 랠리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협상이 올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진전세를 보일 거란 기대감이 컸다. 이날 발표된 미국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연율로 2.1%를 기록하며 속보치(1.9%)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경기 관련 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사고판 미국 주식 수는 지난 3·4분기 기준 총 98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88%나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좀처럼 상승세로 치고 올라오지 못하다 보니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계속 호조를 보일 거라는 데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아예 가장 투자하기 좋은 해외 주식시장 중 하나로 낙점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내년도 S&P500 지수의 예상 밴드(범위)로 3,000~3,500포인트를 제시했다. S&P500 지수가 3,100포인트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상승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 역시 중국과 함께 미국을 주요 해외주식 투자처로 꼽았다.
종목상으론 소위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로 불리는 정보기술(IT) 대형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고도로 발달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투자자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이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 1차 타결 여부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증시를 좌우할 핵심 정치 이벤트로 지목된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이르면 연내에는 1차 무역협상안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제공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스탠스와 경기반등 등 대선 모멘텀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2020년 미국 주식시장은 완만한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