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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참사 겪고도...고시원 화재 무방비

소방청 '스프링클러 지원 사업'

업주 500만원 부담에 설치 꺼려

대부분 지역서 뒤늦게 공사 시작

예산 부족한 지자체도 소극 대처

고시원 상당수가 화재위험 방치

지난해 11월9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서울경제 DB




18명의 사상자를 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많은 고시원 거주자들은 여전히 겨울철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이 노후 고시원에 소방안전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최근에야 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예산이 넉넉지 않아 모든 노후 고시원을 지원하기 힘든 처지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2020년도 소방청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소방청은 2019년과 2020년 2개년 동안 2009년 이전에 영업을 시작한 전국 고시원 1,547곳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올해는 1,292곳, 내년에는 255곳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도 지난 2012년부터 자체예산을 편성해 매년 지원을 신청한 노후 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달아주고 있다.

하지만 사업 개시 후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설치된 노후 고시원은 많지 않다. 올해 1,292곳을 지원하기로 했던 소방청 사업은 대부분 지역에서 10월 이후에야 설치 공사가 시작됐다. 9월 말에 공사가 개시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지역 내 고시원에서는 빠르면 10월이 돼서야 공사가 개시됐다. 지난 8월13일 설치를 위한 국고보조금이 교부됐지만 9월 말까지 집행액은 전무했다. 특히 서울·경기지역의 스프링쿨러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는 다른 지역보다 노후 고시원 수가 많아 공사 완료 시점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30곳, 올해(1~10월)는 노후 고시원 중 122곳과 설치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 시내 노후 고시원 1,061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소방청 통계를 참고하면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노후 고시원 상당수는 사실상 화재위험에 방치돼온 것이다.



설치가 원활히 되지 않았던 원인은 고시원 업주나 건물주, 지자체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 있다. 소방청 사업은 설치비용에 대한 국비, 지방비, 민간의 부담 비율이 1:1:1이다. 통상 스프링클러 하나를 설치하는 데 1,500만~2,000만원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시원 업주나 건물주도 500만~670만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한 고시원 관계자는 “요즘 장사도 잘 안 되는데 500만원은 선뜻 결정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라고 말했다. 업주와 건물주가 어떤 비율로 비용을 배분할지 실랑이를 벌이다 지원받을지 여부에 대한 결정이 미뤄진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 사업에는 올해 27억8,000만원의 자체예산이 배정됐지만 노후 고시원 전부를 지원하기에는 모자란 액수다. 서울시는 소방청과 달리 설치비를 전액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이 정해져 있다 보니 지원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일부만을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산 규모 안에서 지원 가능한 곳 수보다 많은 곳에서 신청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시원 업주나 건물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거주자들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며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화재 위험도가 낮아지면 건물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자체장이 고시원 화재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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