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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학과 63명 중 58명이 외국인...'한국어 토론' 꿈도 못꿔

[교육개혁이 미래다-흔들리는 고등교육 생태계]

수업 맥 끊기고 심화학습 못해 교육의 질 갈수록 뒷걸음

유치 후 언어교육·논문지도 지원 미흡...지방은 더 심각

내국인 학습권 침해...대학원 진학 기피·해외유학 부채질







서울 주요 사립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A교수는 수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학생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론 설명은 영어로 진행하지만 문제는 토론 수업이다.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하려면 한국어로 해야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대부분이 한국어가 서툴러 중간에 맥이 끊기기 일쑤다. 결국 A교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강의실을 나가도록 하고 한국어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처럼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고등교육 현장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 교육의 질마저 떨어지면서 내국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는 물론 대학원 진학 기피와 해외유학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주요 대학의 대학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수가 내국인 학생 수를 능가한 곳이 적지 않다. 성균관대 한국어교육학과 대학원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이 58명이나 된다. 한국 학생(5명)의 10배가 넘는다. 국문과 석사과정 역시 전체 54명 중 외국인 학생이 43명이다. 건국대 국문과도 석사과정 학생 35명 중 30명이, 국제무역학과는 25명 중 24명이 외국인 학생이다. 한양대 국어교육과 석사과정은 재적인원 51명 중 43명이 외국인이다.

재정사정이 어려운 지방대일수록 더 심각하다. 대구에 위치한 계명대 일반대학원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지난 2017년 107명에서 올해 341명으로 매년 100명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선대 일반대학원의 외국인 유학생도 87명에서 19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교육 인프라·프로그램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유치하면서 대학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대부분 토론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다 개설되는 강의 수도 제한적이다. 대부분 대학이 입학 조건으로 외국인 학생에게 한국어능력시험(TOPIK) 3~4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토론이 가능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내국인 학생들은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유학생들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사립대 대학원에 다니는 강모씨는 “외국인 학생들 때문에 영어로 토론을 진행하면 결국 겉만 핥다가 시간이 끝나버려 교수들도 어쩔 수 없이 토론은 한국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학생들은 수강 신청할 때부터 외국인 학생이 많이 드는 과목을 피해서 시간표를 짠다”고 언급했다.

교수들도 난감하다. 외국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강의하면 내국인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반대로 내국인 학생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면 외국인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교수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는데 절반가량이 중국 등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었다”며 “한국어로 강의했지만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얘기한 외국인 학생은 한 명도 없어 강의를 잘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양질의 수업을 기대하고 한국에 온 외국인 학생들이 입는 피해도 크다. 지방대일수록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가르칠 프로그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입학 후 논문 작성이나 기본 통계교육 등 지원도 부족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B씨는 “가뜩이나 언어가 달라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수학은 특히 더 어려워 수업을 잘 따라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날림으로 작성한 논문으로 국내 대학에서 학위를 따고 고국에 돌아가 교수로 채용되는 등 국내 대학이 ‘학력 세탁’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국제적인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 한 지방 국립대 교직원은 “중국은 대학이 이제 막 설립되는 단계여서 교수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돈은 있지만 실력이 부족한 외국인 학생들에게 국내 대학원이 ‘학위 공장’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지영·한동훈·이희조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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