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예산 법안 심사가 늦어지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재발할 위기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멕시코 국경 지대 장벽 건설 예산 투입에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의회의 예산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현재 여야는 총액 규모로 1조3,700억달러(약 1,615조 930억원)인 2020회계연도 예산을 12개 법안에 배분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이견은 좁히지 못했다.
미국의 2020회계연도는 2019년 10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까지여서 예산 심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이미 예산 법안이 처리됐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그동안 두 차례 단기 지출 승인안을 처리하는 형태로 일단 셧다운은 막아놓은 상태다. 두 번째 단기지출 승인안의 마감 시한은 오는 20일로 이때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셧다운이 현실화하거나 또다시 단기지출 승인안을 처리해 임시변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토안보부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민주당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해 왔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35일의 셧다운 사태를 겪었다.
셧다운이 다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같은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이 해소된 후인 지난 2월 최대 66억달러의 예산을 다른 항목에서 전용해 국경장벽 건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 이번 심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같은 비상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이미 전용된 예산 항목을 다시 채워 넣지 못하도록 하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회계연도에 86억달러의 국경장벽 예산을 요청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 국면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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