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최근 게임 관련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니 이것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 보건복지부가 쓴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습니다.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짜 맞추는 식이었습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공동주최로 개최한 ‘세금도 털리고 어이도 털리는 게임 디톡스 사업’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최근 방문한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약 1조 7,000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음을 언급하며 “매출 대부분이 일본, 홍콩, 남미, 유럽, 북미 등 외국에서 71% 수익을 올리고 있고, 국내 매출은 29%에 불과하다”며 “게임은 외국에서 우리가 돈을 버는 큰 산업인데 이를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정부가 전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화가 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마무리한 ‘인터넷·게임중독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 연구’(이하 게임 디톡스 사업)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게임 디톡스 사업은 2015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김대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주축이 되어 시작된 사업으로 1차년도 10억원, 2차년도 40억원 등 5년간 총 1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대위 측은 게임 디톡스 사업이 게임 중독의 실질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지만 그 결과가 게임 중독을 증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크게 코호트 연구(임상시험연구), 게임 인력 양성에 관한 연구, 맞춤형 예방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로 나눠 게임 디톡스 사업을 진행했다. 각각 약 21억5,000억원, 약 7억원, 약 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김 교수는 “인력 양성에 대한 연구를 보면 총 7억원을 들였는데 560시간 짜리 교육 커리큘럼을 작성한 게 전부”라면서 “수십억을 들인 연구 중 대부분이 게임과 관련 없는 논문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연구성과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게임 연구자들이 볼 때 타당하지 않다”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연구인지, 무엇을 위한 연구인지, 제대로 된 연구인지, 예산 집행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대위는 복지부의 사업이 실질적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인터넷 중독에 대한 연구였음을 지적하면서 잘못된 범주화의 오류로 시작된 연구라고 비판했다.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실장은 “일부 연구에서 한국이 유독 높은 인터넷 게임 중독 유병률을 보인다고 하는데 사실 인터넷 중독과 인터넷 게임 중독을 구분하지 못한 결과”라며 “실제로 게임 중독이 아닌 인터넷 중독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위정현 공대위원장은 게임 디톡스 사업을 발주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디톡스 사업에 대한 기획, 선정, 전체 사업 과정, 예산 집행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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