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전용 84㎡ 기준 20억원 매매 실거래가 처음으로 나왔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공급절벽 우려에다 잠실 마이스(MICE) 개발,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굵직한 개발 호재 등으로 수요가 몰린 데 따른 것이다. 잠실도 84㎡ 20억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0월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99㎡가 20억1,0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리센츠 아파트는 물론 송파구 내에서 84㎡가 20억원대에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센츠 아파트는 9월25일 19억7,500만원 등 최근 2~3달 사이 20억원에 가까운 금액의 매매 거래가 나타나다가 결국 10월 2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실거래가에 올라 있는 18억원대 매물은 찾기 어렵다는 게 현지 부동산 사무실의 전언이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리센츠에서 현재 나와 있는 84㎡ 매물 중 18억원대는 찾을 수 없다”며 “이미 두 달 새 호가가 2억원가량 올랐고 이는 바로 옆 단지인 잠실 엘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잠실 엘스 역시 10월 19억8,000만원 등 사실상 20억원에 가까운 거래들이 10건 가까이 발생해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잠실동 일대에는 개발계획이 많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앞으로도 한동안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실제로 바로 2㎞ 떨어진 곳에 GBC가 건립되는데 이곳에 근무하게 될 10만~15만명의 직원 중 5%만 잠실에 온다고 해도 그 수요가 엄청난 것 아니냐”고 했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수요도 20억원 매매 거래에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송파구 일대의 경우 조 단위 프로젝트들이 많은 만큼 집값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서울 전체로 보면 신축 아파트의 강세가 두드러지는데 송파구의 경우 준공 10년 차 단지들도 매매가가 3.3㎡당 6,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강남 3구 등 서울 주택시장은 상한제 시행과 입시제도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4주(2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값은 22주 연속 오르며 전주 0.10%에서 0.11%로 오름 폭을 키웠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강남권이 분양가상한제 규제 이후 오히려 더 올랐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0.14%에서 0.19%, 송파구는 0.13%에서 0.18%, 강동구는 0.15%에서 0.17%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11월 서울의 아파트 값은 전달 0.6%에서 0.69%로 오름 폭이 확대됐다. 2018년 9월 이후 최대 상승치다. 서울 외곽에서도 전용 84㎡ 기준으로 10억원 첫 거래가 잇달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서울에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입시제도까지 개편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현재 집값 상승의 주범은 정부 정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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