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약개발의 산파 역할을 하는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지원사업단(이하 범부처사업단)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범부처사업단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한 SK바이오팜이 독자개발한 뇌전증 신약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라는 잭팟을 터뜨리며 K바이오에 한 획을 긋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지난달 뇌전증 치료제 신약 엑스코프리에 대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올 3월 기면증 치료제 ‘솔리암페톨’로 FDA의 신약승인을 통보받은 뒤 올해 두 번째 결실이다. 업계는 SK바이오팜의 성공에 사업단의 역할이 주요했다고 지목하고 있다. 앞서 범부처사업단은 2012년 2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YKP3089)를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하고 112억원가량을 지원했다. SK바이오팜은 연구비 지원을 받아 YKP3089의 약효 검증을 위한 임상2상 후기 시험을 미국·한국·폴란드·인도 등 4개국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는 현재 뇌전증 치료제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빔팻보다 높은 발작감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데이터모니터 헬스케어에 따르면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6년 55억달러, 2025년에는 59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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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가 부처 간 연구개발(R&D) 장벽을 없애고 국내 업체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쳐 성공 가능성이 있는 과제에 대해 마중물 투자를 진행하고 기업들이 글로벌 신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라이선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범부처사업단의 역할은 △우수한 초기파이프라인의 지속적 공급을 목표로 하는 신약기반확충연구 △기초연구성과가 임상단계로 원활히 진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신약R&D 생태계 구축연구 △기업중심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신약 임상개발 △비임상-임상, 기술사업화, 제조·생산 등 신약개발의 주요 단계별 장벽 해소를 위한신약R&D 사업화 지원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사업단은 2011년 9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국내 산학연(산업계·대학·연구소) 기관, 총 153개 과제에 1,937억원을 지원했다. 범부처사업단의 투자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사업단이 지원한 큐리언트와 제넥신·파멥신·알테오젠 등이 개발 중인 총 7건의 신약 후보도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냈다. 사업단 출범 후 올해 3월까지 글로벌 기술이전 17건, 국내 기술이전 23건 등 총 40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으며 기술이전액은 7조3,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유한양행이 미국 얀센과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 JW중외제약이 지난해 8월 덴마크 레오파마에 4,5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아토피피부염치료제가 각각 범부처사업단의 지원을 받았다. CJ헬스케어의 케이캡정은 지난해 7월 사업단 지원과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승인허가를 받은 사례로, 올해 출시 8개월 만에 1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했다. 묵현상 범부처사업단 단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SK바이오팜의 임상2상을 지원했고 투자금도 역대 지원액수 중 가장 큰 규모였다”며 “사업단이 지원한 프로젝트가 바이오 업계의 한 획을 긋는 결실로 이어져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기존 신약개발지원 사업을 통합·연계해 오는 2021년부터 10년간 ‘국가신약개발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이를 통해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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