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 좋은사람들(033340)의 최대주주가 6개월동안 인수 자금 출처를 뒤늦게 정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권 인수 당시 현 경영진의 편을 들었던 노조가 뒤늦게 항의하면서 노사 갈등도 불거졌다. 당장 다음 달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배구조와 자금 출처를 수개월간 누락한 회사에 대해 투자자들이 어떻게 판단할 지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디가드’와 ‘예스’ 등 유명 속옷 브랜드 업체 좋은사람들이 최대주주와 노조의 갈등으로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최대주주인 이종현 좋은사람들 대표의 자금 출처가 또 다시 문제가 됐다. 지난 3월 분쟁 당시에도 회사의 최대주주인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이하 제이에이치W)의 자금 출처를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이 대표 가족 측이 과거 투자한 회사와 여러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초 노조 측과 극적 타결하면서 좋은사람들은 이종현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최대주주의 자금 출처가 다시 도마 위에오른 건 지난 8월. 회사가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하면서다. 회사가 유상증자를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최대주주의 최대출자자가 실제와 다르게 보고 된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회사의 최대주주의 자금 출처와 지배구조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들어 지난 8월부터 회사에 수차례 공시 내용을 보완할 것을 요청했다. 회사는 세 차례에 걸쳐 공시를 수정했지만 최대주주의 실체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이에 금감원은 지난 10월 정정신고제출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은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되지 않거나 표시되지 않은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배경을 밝힌 바 있다.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이종현 대표가 밝힌 제이에이치W의 실질 지배자는 지분 66.67%을 보유하고 있는 ‘케이티피투자조합’이다. 케이티피투자조합은 이 대표 가족이 투자한 이력이 있는 동양네트웍스(030790)와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073070), 디에이테크가 투자해 결성한 조합이다. 이 사태 직전까지 이 대표는 좋은사람들 인수자금 150억원 중 100억원은 케이티피투자조합이, 나머지 50억원은 이 대표가 100% 지배하고 있는 제이에이치(JH)리소스가 지원하는 형태라고 공시해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감독원의 정정신고서 제출요구에 따라 다시 회사 측이 다시 제출한 공시에 따르면 케이티피투자조합의 출자회사 3곳은 지분 양수도계약을 통해 제이에이치W의 투자조합이 됐고, 이들 세 회사의 지분은 각각 20%대로 희석됐다.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는 JH리소스가 제이에이치W의 실질적인 주주였던 셈이다. 결국 이 대표는 자기 돈 35억원와 대출금 15억원만으로 시총 1,0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사를 실질 지배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회사는 “공시 담당자가 최대주주의 최대출자자 변경사항이 의무공시 사항인 것을 사전에 인식하지 못해 변경된 사실을 반영한 공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회사의 새로운 주인이 지난 9개월간 직원들과 주주들을 상대로 자금의 출처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이 대표 체제를 지지했던 회사의 노조가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인수 당시 노조는 직원들에게 “자금의 출처와 건전성 등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 체제의 당위성을 직접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노조 측이 항의하자 이 대표는 “노조 측이 자금의 출처를 확인했다는 ‘확인서’만 요구했고, 노조가 실제 자금의 출처는 확인한 바 없다”고 폭로해 직원들과 주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같은 공시 누락 사태와 내부 노사 갈등이 이번 유상증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좋은사람들은 오는 1월 초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구주주에 물량을 먼저 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공모하는 형태다.
회사 측은 “이번 유상증자 공시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계획한 유상증자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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