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받은 이들의 사건은 주로 이혼에 이어 성본 창설·개명, 친생 확인·부인, 상속 등 가사·가족관계 관련 사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탈북과 제3국 입국, 한국 입국 등을 거치면서 이들이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임금 체불 등 경제적 어려움도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례 1>
이 모씨(여)는 2016년 중국에서 중국인과 결혼한 뒤 한국으로 입국했으나, 남편인 중국인은 동반 입국하지 않고 중국에서 다른 여자와 동거했다. 이 씨는 이를 확인한 뒤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한국에서 새로운 이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들을 출산했다. 그러나 이혼 확정판결이 나기 전이어서 아들의 아버지를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남편으로 출생신고를 하게 됐다. 이씨는 이혼 확정판결을 받은 뒤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친생부인 소송을 제기해 아들을 친부인 한국인 남편의 자녀로 올렸다.
이 씨는 한국인 남편의 아이를 한 명 더 낳았으나,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산하게 돼 또다시 전 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씨는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으로 소송을 제기해 친부의 자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었다.
<사례 2>
김 모씨(여)는 2006년 탈북한 뒤 최근 북한에 사는 남편과 연락이 닿아 탈북 후 한국행을 권유했다. 그러나 남편은 새 가정을 이뤄 잘 살고 있다며 한국에 올 의사가 없다고 전해왔다. 김 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해 이혼했다.
위 사례가 보여주듯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조상희)에서는 최근 6년간(2014~2019.10) 공단에서 진행한 북한이탈주민 대상 소송대리 사건은 모두 1,265건에 달했다.
내용별로는, 배우자와의 이혼 관련 사건이 418건(33%)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본 창설이나 변경, 개명허가,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인지청구, 친생자존부확인 등의 사건이 많아, 북한 이탈 후 국내 정착을 위해서는 가족관계 등 신분관계 정리를 위해 법적인 도움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구조공단의 박판근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은 가족 전체가 탈북하기보다는, 북한에 배우자나 자녀를 남겨두고 중국이나 몽골 등지로 탈북한 뒤 다시 한국으로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제3국과 한국에서의 사실혼, 결혼, 이혼, 자녀의 출생신고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북한 이탈 주민들은 또한 중소 영세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임금을 떼이는 경우도 많다.
박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한국의 법체계를 몰라 가족관계 문제와 체불임금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금이나 퇴직금이 체불된 경우에는 고용노동청에 진정해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받으면 공단의 법률구조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률구조공단은 2014년 남북하나재단(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올 4월에는 서울서부지부를 탈북민을 위한 법률구조 전담 사무소로 지정하고 전담 직원을 뒀다. 이는 탈북민들이 일상언어와 법률용어 사용에서 번역까지 필요할 정도로 서툴러 법률상담과 소송구조가 시급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천=이현종기자 ldhjj1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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