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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부장님은 송년회 술자리 원하고 후배는 '꼰대'라 말하고…"

'낀 세대' 김 과장은 송년회 스트레스 UP





“정말 고민입니다. 부장님은 ‘연말인데 그래도 송년회는 해야지’라고 하시는데 후배들은 ‘세상 쓸데없는 짓’이라며 대놓고 싫다고 합니다. 상사와 후배 직원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니 죽을 노릇이네요.”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경호(44·가명) 차장은 연말에 밀려드는 업무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 와중에 송년회 준비로 남모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는 “그나마 후배들이 관심 있을 법한 공연 관람이나 고급 레스토랑 식사를 제안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며 “결국 팀원들과 가볍게 점심을 먹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아무래도 섭섭해하는 부장님을 위해 따로 저녁 술자리를 만들어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직장의 중간관리자들 사이에서 연말 송년회 준비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한 해를 정리하며 직원들과 술 한잔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직장 상사와 “그런 꼰대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당돌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는 부하 직원들 사이에서 연말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해서다.



기계 사업이 주력이고 수직적 직장문화가 강한 회사에 다니는 박명수(45·가명) 차장. 그는 “후배 직원들에게 날짜와 메뉴 등 전권을 위임하고 몇몇은 따로 만나 제발 송년회에 참석해달라고 설득해 겨우 부서원 모두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며 “부장님을 포함한 상사들은 겉으로는 쿨한 척 점심 송년회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지만 가끔 툭툭 던지는 말에 ‘그렇게밖에 못했느냐’는 타박성 뉘앙스가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통 회사에 다니는 이성수(39·가명) 과장은 “직장 상사는 중간관리자가 직원들의 불만을 사지 않으면서 그럴싸한 송년회를 기획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후배들은 얼마나 송년회를 축소할 수 있는지를 본다”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결국 부서 차원의 공식 송년회는 최소화하는 대신 선배들만 모셔 소주 한잔 마시는 송년회 날짜를 따로 잡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중간관리자급들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과장·차장·팀장 등 부서장 바로 아래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입사 후 10년가량은 직원들이 함께 어울리는 거나한 술자리 송년회를 경험했고, 그 후에는 공연 관람이나 봉사활동 같은 이색 송년회와 간단한 점심 등 매년 달라지는 송년회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는 박명수(45·가명) 팀장은 “입사 초기 몇 년 동안 송년회는 무조건 3차까지 가야 했고 직급이 낮았던 탓에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도맡아 했다”며 “비록 2년 정도 시행한 후 없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색 송년회라며 팀별 장기자랑까지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은 아예 직장 송년회가 없어지는 추세여서 한편으로는 후련하고 한편으로는 아쉽다”고 전했다. 정보통신(IT) 회사에 다니는 김민수(41·가명) 차장은 “최근 ‘미투(MeToo)’가 사회문제화하며 술을 많이 마시거나 노래방 같은 곳에 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송년회 준비를 아예 후배 여직원에게 맡겼다”며 “회사 동료들이나 거래처와 술을 먹는 송년회가 확 줄어든 대신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말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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