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경 LG(003550) 명예회장은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의 신념으로 기술 연구개발에 승부를 건 경영자였다. 구 명예회장은 항상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 최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배우고, 거기에 우리의 지식과 지혜를 결합하여 철저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 명예회장은 재임 25년 동안 ‘연구개발의 해’, ‘기술선진’, ‘연구개발 체제 강화’, ‘선진 수준 기술개발’ 등 표현은 달라도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기술을 경영 지표로 내세웠다.
특히 구 명예회장은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럭키 울산 공장과 여천 공장에는 공장이 채 가동되기도 전에 연구실부터 만들어졌다. 그는 대부분의 연구실이 각 공장 별로 소규모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1976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금성사에 전사적 차원의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개발용 컴퓨터, 만능 시험기, 금속 현미경, 고주파 용해로 등 첨단 장비를 설치하고, 국내외 우수 연구진을 초빙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또한 제품개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산업 디자인 분야의 육성을 위해 1974년 금성사에 디자인 연구실을 발족시켰으며 일본 등 디자인 선진국에 연수를 지원해 전문가를 육성했다. 이어 1979년에는 대덕연구단지 내 민간연구소 1호인 럭키중앙연구소를 출범시키고, 고분자·정밀화학 분야를 집중 연구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ABS수지 등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플라스틱 가공산업의 기술고도화를 이끌었다. 1985년에는 금성정밀, 금성전기, 금성통신 등 7개사가 입주한 안양연구단지를 조성하는 등 회장 재임기간 동안 70여 개의 연구소를 설립했다. 또한 같은 해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시험연구소를 개설하고 가혹 환경 시험실, 한냉·온난 시험실, 실용 테스트실 등 국제적 수준의 16개 시험실을 갖춰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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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인재 유치와 육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구 명예회장은 1980년대 말 대덕연구단지에 LG화학 종합기술연구원 설립을 추진할 당시 프로젝트 출범 초기부터 우수 기술인재 유치를 위한 통 큰 투자를 신신당부하기도 했다.또한 구 명예회장은 연구 개발 조직에 끊임없이 동기와 의욕을 북돋아주는 일에 늘 적극적이었다. 그는 연구소에 관해서는 우수 인력을 어느 곳보다 우선해서 선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임원의 정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1982년에는 그룹 ‘연구개발상’을 제정해 연구원들의 의욕을 북돋우고,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LG 관계자는 “구 명예회장의 인재 사랑은 오늘날 LG가 R&D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의 뿌리가 되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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