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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피의 백작부인’?…엘리자베스 바토리

612명 도살혐의 악녀 대명사

1610년 12월26일 헝가리의 고성 차흐티체. 국왕이 선임한 특별조사관 트루조가 들이닥쳤다. 상당한 증인을 이미 확보했던 트루조는 백작부인과 하녀들을 다그쳐 세상을 놀라게 할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범죄가 드러난 피의 백작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영어식 발음 엘리자베스 바토리)는 성에 구금된 채 4년 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5~16세기 헝가리 유력 가문의 일원으로 총사령관의 미망인이기도 했던 바토리의 ‘알려진 최후’다. 최근에는 음모의 희생자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바토리는 여전히 악녀의 대명사로 통한다.

20대 중반에 그려진 바토리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뱀파이어와 드라큘라 전설에 영향을 미쳤다는 바토리의 삶은 두 가지로 가득했다. 권력과 미모. 귀족으로 태어나 15세에 결혼, 다섯 남매를 두었으나 헝가리의 전쟁영웅인 남편의 전사로 사별하고 만다. 42세 나이로 미망인이 된 그는 늙어서 새로운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강박감에 젖어 처녀의 피가 젊음을 유지해준다는 미신에 빠져들었다. 납치한 소녀를 긴 못이 박힌 원통에 감금한 뒤 천장에 매달아 흔들어 피를 뽑고는 그 아래 욕조에서 피의 샤워와 목욕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일기장에 적혔다는 희생자만 612명. 실제로는 8~11년 동안 1,568명에 달했다는 추정도 있다. 처녀들이 부족해지자 귀족예절학교를 세워 25명 단위씩 납치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사건에 관련된 하인들은 모두 참수당했지만 그는 귀족이어서 참형을 면하고 독방에 갇혀 4년 후 자살로 추정되는 최후를 맞았다. ‘처녀의 피로 젊음을 유지하려던 백작부인’의 얘기는 모두 사실일까. 반론이 많다. 전사한 남편의 친구이며 중신인 트루조가 부유한 백작부인의 재산을 탐내 음모를 꾸미고, 빚을 지고 있던 대부분의 귀족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해석도 있다.



종교분쟁의 희생양이라는 추론도 나왔다. 신교를 믿는 바토리 가문을 압살하려고 신교 성직자를 고발자로 동원해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수없이 제작된 영화의 방향도 관점에 따라 제각각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따로 있다. 젊음과 돈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동서고금을 초월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젊음을 유지하겠다는 욕망 역시 형태만 변하고 대중화했을 뿐이다. 나이 든 배우의 시술한 흔적이 뚜렷한 얼굴에서 아름다움보다 추함이 느껴진다. 세상의 권력을 다 가졌던 진시황도 생로병사는 넘지 못했다. 고령사회라고 하지만 나이에 걸맞은 지혜와 덕성이 엿보이는 얼굴을 가진 노인이 오히려 그리운 시대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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