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에 따라 수요 회복과 달러 약세 등에 힘입어 원자재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상품들도 최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 합의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내년 초 농산물 등 원자재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유의 경우 초과 생산 우려가 여전해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TIGER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7.52% 오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2일 주당 3,925원이었지만 같은 달 24일에는 4,220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경기 회복기에 가격이 오르고 침체기에 가격이 내리는 구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리 ETF도 이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TIGER 구리 실물 ETF’는 이달 3.71% 상승했으며 ‘KODEX 구리 선물 ETF’도 5.55%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농산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강세다. ‘TIGER 농산물 선물 ETF’ ‘KODEX 콩 선물 ETF’도 각각 3.46%와 4.67%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들 ETF의 강세는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확연하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철금속과 원유 등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으로 오름세를 탔으며 농산물 가격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소식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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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달 초 배럴당 55달러 안팎이었지만 이달 중순 이후 60달러를 넘어서면서 지금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런던상품거래소의 구리 선물가격도 지난 4일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3일 현재 5.7% 상승했고 올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니켈 가격도 이달 초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농산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캔자스상품거래소의 밀 가격은 9일 톤당 411.4달러선이었지만 현재는 458.4달러로 11% 이상 올랐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대두 가격도 이달 들어 톤당 60달러 이상 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강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양호하게 나타나고 미중 무역협상 타결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데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돼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신흥국 수요가 많은 구리와 니켈, 원유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 셰일가스 등을 유망한 상품으로 보고 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 세계 제조업 PMI 반등으로 제조업 환경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실물지표도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경제환경이 개선된다면 원자재 시장은 올해보다 회복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비철금속 가격은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로 올 들어 여전히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경기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니켈, 구리 등의 비철금속 가격의 반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원유의 경우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유가가 오를수록 비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생산이 증가할 수 있고 중국·인도 등 신흥국들의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WTI가 기존 박스권(50~65달러)을 돌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면서 “박스권 상단에 근접할 경우 단기 매도의 기회로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도 “국내 시추기 수 급증에 따른 증산 가능성과 함께 내년 러시아가 감산 완화에 나설 수도 있어 2월물 WTI 선물 상승률이 제한적”이라며 “연말에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하방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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